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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어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최윤미 옮김, 초 신타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월
평점 :
넘어져도 배고파도 혼이 나도 절~대 울지 않던 둘째딸아이가
5살 무렵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떼쓰고 해서 놀라기도 하고 힘도 들었지요.
갑자기 달라진 아이의 마음 속엔 어떤 감정이 들어있을까
머릿 속에 어떤 생각이 숨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워낙 캐묻는 걸 싫어하는 아이라 더욱 조심스럽기만 했답니다.
그러다 만난 이 책 ......
앞표지 한가득 그려진 소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습니다.
넘기면, 한 줄의 글들이 나옵니다.
넘어져서 울었어.
부딪혀서 울었어.
작은 딸이 책장을 넘겨가며 혼자 종알거립니다.
아직 글씨를 다 읽지는 못 하지만,
그림을 보고 상황을 이해하는 한편,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 보는 듯 합니다.
얼핏 짧은 문장과 단순한 전개를 보고, 아주 어린 유아들을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계속 읽다보니 오히려 아이들이 이런 슬픔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까마귀가 울어. / 그렇지만 저건 우는 게 아니야.
아, 우는 건지도 몰라. / 까마귀 엄마가 아파서 그러는 건지도 몰라.
전쟁에 집이 불타 우는 아이들을 텔레비전에서 봤어.”
아직 어린 우리 딸이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할 슬픔들이겠지만,
자신이 울 때와 다른 사람들이 슬퍼할 때를 비교해 보고 생각을 조금씩 넓혀갈 수 있겠지요.
특히 마지막 쪽을 읽고는 엄마에게 한마디를 던지네요.
“엄마, 나도 그면 울지 않게 될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울음의 부담을 마음에서 내려놓게 된 계기를 준 책이었어요.
아이로서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음 속 슬픔을 우는 것으로 표현한다는 것에서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고,
엄마인 저도 그래 이 아이도 크고 나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는 때가 올거니까, 지금 마음껏 울 기회를 주자라고 편안하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일본색이 두드러지는 강렬한 색과 검은 선들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이는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아이의 눈에서 그림책보기는 늘 쉽지 않네요.
앞으로 한동안 아이가 들고 와 읽어달라고 할 책 중 하나가 될 듯 합니다.
그때가 아이가 울고 싶은 마음일 때일까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