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로 국을 끓여 - 해학이 담긴 우리 옛이야기
김원석 지음, 박경수 그림 / 자람(엄지검지)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이들은 독서도 논술을 위한 준비단계로

유아기때부터 이미 엄마의 발빠른 전략에 의해 읽을 책 분야도 세세히 나뉘어져서 있다.

(원리과학, 과학동화, 자연탐구,수학동화, 논리동화, 사회탐구, 명작동화 등등 )

 

우리 어릴 적도 그랬던가???

물론 그 시절에야 일본의 명작전집 번역본과 어린이만화월간지 정도 밖엔 없던 시절이라

비교 대상이 안되겠지만,

암튼 어쩌다 구해지는 책들을 읽고 또 읽다보면 자려고 누워도 머릿속에

이야기의 주인공이 어느새 나로 바뀌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지기 일쑤였다.

책은 말 그대로 즐거움을 주는 존재였다.

지금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푹 빠져서 읽다 보면 자연스레 교훈도 얻게 되고, 지식도 얻게 될 터인데,

지금의 우리아이들은 본말이 전도된 독서교육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서론이 길어졌다. ㅠㅠ

 

이 책을 펼쳐들고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릴 적 너무나 재미있게 읽던 바로 그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어찌나 반갑던지......

말도 안된다 싶으면서도 악의없는 허풍쟁이같은 그 이야기들이 주는 웃음을

오늘 읽으며 똑같이 웃었다.

더 반가운 것은 그 옛날 내 모습을 닮은 우리 딸아이가 내 옆에 앉아

같은 모습으로 킥킥 웃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 맘에 쏙 든다.

 

우리 이야기란 이래서 좋은 것인가 싶다.

<이솝우화>처럼 이야기마다 교훈을 한줄씩 달아 도덕교과서 같은 것도 아니면서,

어린이들이 익혀야할 선과 악에 대한 판단을 명쾌하게 해준다.

논술이니 토론수업이니 이런 것들이 무에 필요하겠는가?

오랜 세월 조상들을 통해 내려온 살아있는 교훈을 재미나게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정성어린 기도 덕에 얻은 요술부채,

하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결국 화를 부르게 된 할어버지 이야기를 읽고

아이들에게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참으로 정스럽다.

이름도 없는, 그저 어느집 사랑채 머슴들, 또는 아주아주 지독한 자린고비 할아버지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던 그런 어리숙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심지어 누구에게나 무시당하는 바보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많다.

아이들이 옛이야기에서 느끼는 친화력도 그런 연유가 아닐까 싶다.

 

모처럼 아이와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반가운 책을 만난 기쁨을 맘껏 누려보았다.

이런 즐거움을 누릴 아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좋은 책이기에 오자는 아쉽다.

아이들을 상대로 한 책이기에 오자는 더욱 아쉽다.

<바보 사위>에서 '데릴사위는 색시네 집에 얹혀사는 신랑을 말합니다.'라고 했는데,

'얹혀사는'이란 표현이 살짝 거슬린다.

데릴사위는 처가에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 였으므로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수정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판형이나 글자크기는 적당하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어려운 단어도 없고, 짧막한 이야기가 여러편이라

지루함없이 어지간한 아이들은 다 읽어낼만 하다.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도 있으므로,

오자 등만 수정되면 곧 추천도서에 오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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