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통론 - 사정판
변태섭 지음 / 삼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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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국사) 교과서는 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춰져있다고 하지만, 교과서를 볼때마다 뭔가 사건 전개가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또한 교과서에는 자세한 정황 설명이 없거나 빈약한 경우도 있었다. 단순 나열식 서술이 적지 않아서 이해없이 무작정 암기가 강요되는 경우도 있었다.


역사 전공자이거나 역사학에 좀더 진지한 관심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고 변태섭 선생의 <한국사통론>은 한국사 개설서의 고전으로 잘 알려져왔을 것이다. 행정고시 1차 시험에 한국사 과목이 있었을때(현재는 한능검 고급 자격증 취득으로 대체) 고시생이 즐겨찾던 수험서이기도 하고, 나를 비롯한 일부 공시생들도 가끔 찾는 책이기도 하며, 아직도 역사과 임용고시생의 필독서로 꼽힌다고 한다.


1996년에 최종적으로 개정되었고, 현대사에 관한 자잘한 업데이트가 1999년의 시점(IMF 외환위기와 김대중 정부 출범까지 언급)에서 멈춰있다는 점에서 2018년 현재 시점에서는 내용상으로 일부 낡은 부분은 있을 것이다. 학설에 관해서는 이 책은 20년 전에 머물러있다는 얘기이다. 이를테면,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와 수험서(한능검/공무원 기본서 등)에서는 청동기 시대의 시작점은 BC 2000~1500년경으로 적혀있지만, 이 책에서는 과거 7차 국정 국사교과서(2002년판)과 그 이전의 교과서처럼 BC 10세기로 적어놓았다는 점이다. 또한 일부 용어는 현재의 교과서에서 쓰인 것과 일부 차이가 있다. 특히 수험목적으로 이 책을 활용하는 공시생, 임용고시생이라면 이 부분은 감안하고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저자가 2009년에 작고(사망)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이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있다.


첫째, 1990년대 당시 학계의 정설을 집대성한 한국사 개설서이라는 것이다. 이후의 교과서나 수험서, 교양 한국사 개설서에 새로운 학설이 반영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책에 집약된 학계 정설의 큰 뼈대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최근에 수험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다시찾는 우리역사>(한영우)와 다르게 저자만의 특이한, 그리고 일부 사람에게는 이질적이거나 비표준적이거나 심지어 거북한 주관적 학설이나 사관(가령, 다찾사의 '아사달민족론'은 수험용으로는 다소 비표준적으로 느껴지며, 서구 자유주의에 대한 한영우 선생의 태도가 개인적으로는 거북하게 느껴짐)이 비교적 차분하게 절제되어있다. 다시 말해, 수능 한국사, 한능검 한국사, 공무원 한국사를 공부해본 입장에서 이 책은 큰 위화감이 없다는 얘기이다.


둘째, 이책 특유의 논리적인 흐름이라는 것이다. 교과서나 일부 수험서(특히 필기노트)는 사건 전개, 결과, 의의 등이 단순하게 나열되어 있어 가끔가다가 이해가 안될때 있고 뜬금없이 느껴질때가 있어서 기계적인 암기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책의 서술은 치밀하게 논리적으로 전개되어 있어서 저절로 이해된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제도가 있다고 치면, 그 사건이나 제도가 생겨난 배경이나 원인을 단순히 나열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해가 되게끔 논리적으로 풀어헤치는 식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경쟁작이자 또 하나의 명저로 꼽히는 <한국사신론>(이기백)과 달리 문맥이 딱딱하다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한국사통론> 특유의 논리적인 흐름이 핵심 매력 포인트이다. 이것이야 말로 이 책이 최종개정된 지 20년이 지나도록 끊임없이 사랑을 받는 진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교과서 수준을 넘어선, 한단계 더 심화된 교양용 한국사 통론서를 원하는 일반인이나, 교과서나 수험서를 여러종류 봤는데도 흐름이 잡히지 않아서 (이 리뷰의 필자처럼) 한국사 과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공시생에게 이책을 적극 추천한다.


다만, 이책을 찾는 공시생에게 유의사항을 언급하자면, 이책은 어디까지나 통론서(개설서)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책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근현대사 부분이 수험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고(해당 부분이 날림 수준인 <한국사신론>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학설 등이 1990년대 시점에서 멈춰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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