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은 골드마르크와 브루흐(유명한 1번이 아닌 2번)라는 그리 흔하지 않은 커플링을 보여준다. 거기다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은 연주자....... 음반 매장에서 선뜻 집어들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는 표현을 하면 지나친 편견일까. 이 음반의 골드마르크 연주가 아주 좋다는 평을 어딘가에서 선뜻 보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믿음이 그리 가진 않았고 "나탄 밀스타인"의 확고부동한 연주를 이미 갖고 있는지라 여러 번 망설이다 구입하게 되었다.
한동안 바빴던 탓에 구입후 어느 정도 지나서야 연주를 들을 시간을 내게되었고 별 기대없이 CD를 플레이어에 걸고 골드마르크의 곡을 듣는 동안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우선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반주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귀를 편하게 해준다. 말그대로 "협주"이다. 어느 한 쪽이 동떨어져 들리거나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튄다거나 하지 않는것이다. 나이 후안 유의 연주도 기가 막히다. 다소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런 흐름을 이끌어간다. 고음에서도 안정적이다. 유명한 2악장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이다. 소설적인 표현을 하자면 따뜻한 햇볕이 쏟아지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경관 좋은 잔디밭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느낌이랄까. 주제 선율의 그 유연한 전개와 애잔함이란.
이 곡은 기교적인 면보다는 정서적, 감성적인 면이 우선시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라 비록 모든 음반을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이만한 연주를 또 찾기는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의 레퍼런스로 자리잡고 있는 밀스타인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참고로 지난해 구입했던 많은 음반들 중에서 최고의 만족감을 안겨다주었던 몇개 중 하나라고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