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니체 땐 시리즈
발타자르 토마스 지음, 김부용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마음을 꽉 채우는 책을 발견했다. 비평 수업을 들은 1학기 내내 온갖 막시즘, 탈식민주의와 관련된 문학 작품들을 읽으며 느꼈던 역사, 정치, 사회상의 혼란스러움, 여러 자기계발서들을 읽어나가며 느꼈던 (다부진 각오 뒤에 웅크리고 자리했던)좌절감과 실패감에 조금은 지쳐있던 나였다. 4학년의 1학기를 홀가분하게 마치고나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제 내 머리속게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하기 위해서. 책의 깔끔한 표지가 읽기 전부터 마음을 정갈하고 차분하게 만든다.

 

 

 

 『우울할 땐 니체』는 니체의 철학 사상을 토대로 저자 '발타자르 토마스'가 살을 붙여 지은 철학서이다. 이 책 한 권에 니체의 모든 철학 사상이 응축되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데, 니체의 저서인 『즐거운 학문』,『선악을 넘어서』,『우상의 황혼』,『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유고』등에서 여러 철학 사상과 그에 걸맞는 구절을 가져와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울할 땐 니체』를 읽으며 니체의 여러 저서에 대해 간을 볼 수가 있다.  또한 그 각 저서에 대한 니체의 관념 정도를 뒤에서 짧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니체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고 싶을 때에도 도움이 된다.

 

 

 

 

 

 

 

 

 어렵다고 느끼던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러나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몰라 쩔쩔매는 나같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아주 훌륭한 철학서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 철학서의 집결본이라는 것이 아니라, 니체의 철학만을 집대성한 책으로 보아야 함이 당연하겠지만. 그렇지만 이 책이 오로지 니체의 철학사상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지은이 발타자르 토마스의 깊은 사유도 함께 맛볼 수가 있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토마스가 그저 니체의 열렬한 팬이자 추종자에 불과한줄만 알았지만, 읽다보니 니체의 의견에 대해 비판할 때는 확실히 비판하는 점으로 보아 그만의 생각이 이미 또렷하게 정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발타자르 토마스 역시 이미 철학가였던 것이다.

 

 

 

 책의 제목에 '우울'이라는 어휘가 포함되어있다. 왜 하필 니체를 읽어야 할 때는 우울한 때여야 할까? '우울함' 이라는 어휘에 담긴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무래도 '우울'이라는 감정은 인간으로 하여금 허무주의에 빠지게 하기가 가장 쉽고, 니체는 이러한 '허무주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제목을 저리 선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말은 우울한 순간에 니체의 철학 사상을 접하게 되면 푹 빠져버릴 수도, 강하게 설득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니체의 깊은 사유와 "실재를 해석으로 인식하고 종교적, 형이상학적, 도덕적, 예술적 증상이 갖는 감정적, 신체적 의의를 해독하는 일에 열중(p.317)"함으로 나타난 그의 결과물에 매우 깊게 매료되었다. 내가 현재 우울한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는 않지만, 니체와 이 책에 푹 빠진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의 모든 사유를 좇는 것은 아니지만. 

 

 

 4개의 챕터중 가장 내게 와닿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한 부분은 바로 첫 번째 챕터 [허무주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질병] 이었다. 두 번째 챕터에서도 수긍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두 번째 챕터 [알량한 도덕은 버려라]와 세 번째 챕터 [자기 자신이 되어라]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 부분 부분 존재한다. 내가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니체가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 갖는 적대심은 기독교인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함'이라고 하는 것의 의의를 정립하는 데에 있어서도, '삶은 힘을 향한 의지이다'라고 하는 그의 확고한 사상에 편중되어 기술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이 책의 저자인 '발타자르 토마스'도 어느정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내가 따라한건가?)

 

 

 

 

#  이 쯤에서 밑줄긋기!

 

 

p. 58 _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욕구가 아닌 두려움이다. … 모든 위험, 모든 고통의 원천을 제거하려 함으로써 우리는 또한 예기치 않은 삶의 강렬함을 체험할 가능성도 제거한다. 우리는 우연의 씨를 말려버린다.

  "삶의 모든 굴곡과 굴절을 대패로 깎아버리려 하는 끔찍한 계획으로는 인간성을 모래로 변질시키기 위한 지름길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모래, 가늘고 부드럽고 둥글고 무한한 모래!" (『여명』, Ⅲ, 174)

 

p. 68 _  모든 행복, 모든 쾌락은 그 반대의 것을 불러 올 위협이 있다. 경험의 반경을 결코 불행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 속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버림받지 않고 배신당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 지점으로 한정한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가능한 행복과 쾌락의 반경을 한정하는 것이다.

 

p. 94 _  니체가 의미하는 바에 의하면 힘을 향한 의지는 외부로 발산할 필요가 있는 힘의 과잉이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할 것은 잉여분이다. 힘 덕분에 의미를 준다는 것은 그저 주기만 한다는 것이다. 교향악단을 이끄는 작곡가는 악단에 자신의 작품, 리듬, 멜로디를 준다. 그 사람이 없다면 연주자들은 무엇을 연주하고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할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사람이 오케스트라를 지배하는 것은 단지 그의 기부에 의거할 뿐이다. ('기부의 미덕')

 

p. 168 _  "나는 앞으로 사물에서 필연성을 아름다움으로 보는 법을 더 배우고 싶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사물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되고 싶다. 운명애(運命愛)! 앞으로 내 사랑이 될 것이다. 나는 추한 것과 전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 나는 비난하지 않겠다. 심지어는 나를 비난하는 사람도 비난하지 않겠다. 시선을 돌리는 것이 내가 유일하게 부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나는 긍정하는 사람 그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다."(『즐거운 학문』,Ⅳ,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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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매 챕터마다(소주제마다) <짚고 넘어가기>를 통해 독자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한다.

 철학 이론에 그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개인의 해답을 유추해가도록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철학서'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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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공식 리뷰단 1기 강정민.

열한 번째 도서 『우울할 땐 니체』

책은 지원받아 읽었지만 서평 내용은 온전히 저만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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