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기여우와 털장갑
니이미 난키치 지음, 손경란 옮김, 구로이켄 그림 / 한림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31개월 작은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 주었더니 무릎에 가만히 앉아 가만히 들어요.
글이 꽤 많은데 아이는 벌써 하얗게 눈 내린 그림 속 여우에 한껏 몰입합니다.
읽어주는 제 마음도 잔잔하고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노란 불빛처럼 따뜻해지네요.
아기 여우가 장갑을 사들고 가다가 어느 집 창가에서 자장가를 듣는 장면이 있는데 아이는 여기서 잔뜩 조
바심을 냅니다.
"엄마, 여기 창문을 열어주세요. 어서! "
"왜?"
"여기 안에 한결이랑 엄마랑 있는데 문 열어주세요. 아기 여우가 춥잖아"
엄마가 집안일을 하는 중에 돌아보면 아이는 또 이책을 펴 놓고 한장한장 넘기며 봅니다.
창문을 어떻게 열어주나 궁리하면서요.
때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친절이 큰 위안이 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따뜻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래요.
아이랑 읽다보면 여우의 보드라운 떨이 주는 느낌, 노오란 불빛의 따뜻함 , 눈 내린 날의 끝간데 없는 고요한
아름다움이 잔잔하게 느껴집니다.
글작가 그림작가에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따뜻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