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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의 정원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3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이복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보! 아침부터 봄비가 내립니다. 이 비 온 뒤엔 이땅에도 새싹이 움트겠지요. 사람살이도 자연을 닮아 고요한 겨울을 보내며 사색하고, 휴식한 뒤에 힘차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 일이 많아 정신없이 내달리는 산하아빠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부쩍 아빠를 따르는 18개월된 아들은 아빠만 오면 안아라 책 읽어라 요구사항도 참 많지요? 피곤할텐데 그렇게 한참을 놀아주고 목욕까지 함께하니 퇴근시간만 되면 산하는 현관 앞에서 서성이며 아빠를 기다리는 거겠지요.
난 요즘 이런 생각을 해봐...부모가 되고 사랑하는 자식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 건 세상모든 부모의 마음인데 난 뭘 주나? 난 아름다운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 타고난 섬세한 감성이 무뎌지지 않게 그대로 지켜주고 싶어. 도서관에서 리디아의 정원을 보았을 때
정말 소중한 건 이런거다. 이런 책의 느낌을 많이 갖도록 해주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림과 '아빠가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엄마도 일거리가 떨어져' 외삼촌 집에 가서 살림이 좀 나아질때까지 살아야하는 어찌보면 참 딱한 처지의 리디아가 밝고 싱그러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울리더라구요. 오히려 무뚝뚝한 외삼촌의 마음을 열어주는 모습이 정말 얼마나 예쁘던지!
산하랑 두어번 읽고 그림보고 잠자기 전에 또 보고 열번 가까이 읽었나봐. 첫장을 열면 펼쳐지는 널다란 정원에 온갖 꽃들과 토마토, 양배추등이 한가로운 전원을 연상시키지? 할머니랑 마주 보고 토마토를 주고 받는 모습도 맘에 들고 말이야. 산하는 정원 뒤로 보이는 자동차를 제일 먼저 발견했고 그 다음은 구석에 뛰어가는 강아지였어. 참 재미있지않아?
우중충한 회색 건물들은 리디아가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꽃씨로 심고 가꾼 화초들로 점점 싱그러워져. 옥상에 온갖 꽃을 가득 심어 기르면서 꽃이 활짝 피던 날 외삼촌을 웃게 하려고 깜짝 파티를 하잖아! 그 장면에서 내가 그곳에 초대되어 간 것 같은 착각이 들더라.
저녁을 먹자 마자 내가 내민 리디아의 정원을 조용히 읽고 난 산하 아빠의 눈에 잔잔하게 깔리던 미소를 기억해. '참 좋다. 아름다워!' 아빠가 감동하는 모습을 지켜본 산하가 다시 그림책을 끌어당겼고 난 생각했지. 힘들고 지쳤을 때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게 꼭 한권 사서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지! 남들은 피곤하면 비타민을 먹는다지? 우린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를 먹자.
데이비드 스몰의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그림과 사라스듀어트의 글이 잘 맞아 굴러가는 톱니바퀴 같다. 특히 행간의 의미를 읽어 낼 줄 아는 그림작가의 뛰어난 그림이 이 책을 더 생기발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이번 봄에는 나도 정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작은 베란다지만 기대해봐요.
그럼 안녕 '모두에게 사랑을 담아서'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