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 문정희 산문집
문정희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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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문학>이라는 낱말은 내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려 나를 흔든다.

문학을 업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늘 그것을 그리워하고 목말라하는 나는 식탐이 많은 사람이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듯 책을 읽는다.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는 강렬한 시적 표현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문정희 시인의 산문집이다. 시집이 시인의 앞 얼굴이라면 산문집은 시인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헝클어진 뒷모습같아서 더 인간적이고 솔직하다.

 시인으로 사는 삶이 이토록 치열하고 뜨거우며 아름다울 수 있다니 놀라웠다.

 시는 과연 시인의 것인가? 시는 모든 사람이 쓰고 읽고 서로 나눌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사짓는 사람은 흙의 시를, 철근을 만드는 사람은 쇠의 시를,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은 또 그들만의 삶을 담은 시를 쓰고 서로 나누는 세상은 얼마나 이상적일것인가?

 모두의 삶은 시가 될수 있고 시가 되어 세상의 중심에 서야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필사하여 읽고 외워 손님에게 들려주는 택시기사, 이라크파병을 다녀오는 군인들에게 문정희 시인의 <아들에게>라는 시를 들려주는 비행기 기장. 삶에 녹아든 시는 때론 용기가 되고 때론 위로가 되며 대부분 사랑이된다.

        

                                                 아들에게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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