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카르멘 G. 데 라 쿠에바 지음, 말로타 그림, 최이슬기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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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시작으로 제가 더 깊은 생각과 사유를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신 '을유 출판사'께 감사를 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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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얘기는 다 필요없다.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아니, 난 그저 이 세상 모든 사회 문제와 약자, 환경에 조금 더 관심이 가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약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빨갱이가 되는 이념적 모순도 참으로 어이가 없지만). 그러니까 난 이 책의 카르멘이 말했듯, 여태 침묵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하는 것이다. 즉 나의 이야기를. 단지 내가 겪었던 세상의 부조리와 수치를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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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어머니를 닮지 않고 아버지를 닮은 탓에 난 체모가 굉장히 많은 편이었고, 그런 난 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에서 한 남자아이들로부터 "여자가 무슨 털이 저리 많아"라는 말을 들었다. 그 후 난 반팔이나 치마, 반바지를 입기를 꺼려했는데, 그 어린 나이에도 수치심이 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린 아이 장난이라고 당했던 유년시절의 아이스께끼 장난. 난 그 후로도 치마를 입지 않겠다고 어머니께 심하게 반항하다 무참히 혼만 났었다. 그리고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고 다리를 넙쭉 올리고 있어?"라는 친척 분의 말에, 집임에 불구하고 눈치 보며 편히 쉬고 못했던 기억이, 내 뒤로 오고갔던 남학우들의 음담패설이, 알바지에서 내 엉덩이를 스치고 갔던 '의사'라는 작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유없이 내 뒤를 바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중년 남성들도. 모두 내 경험이었다.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22년동안 당했던 모든 것들이고, 이것보다 더 있다. 그렇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그런데 여기서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던 여성은 내 주변에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 여성들도 단 한 번이라도 위협을 느끼지 않은 밤은 없었고, 항상 자신의 옷가지를 점검했으며, 모든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됐다. 어차피 그러다 생기는 모든 문제들은 '우리의 탓이었으니까'. 애초에 철저히 점검을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천만에, 그럼에도 일어났던 것이 부지기수였다. 이러한 모든 문제 안에는 '남성의 성욕은 당연하다는 기성 세대들의 성차별적 편견'이 기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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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나에게 '예민하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는 페메니즘을 '정신병'이라고 말한다. 내 아무리 인권에 관심이 많다지만 나보다 뜻이 깊고 많이 아는 여성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내가 완전히 알진 못하지만, 나는 아니, 우리는 이 세상에서 '똥같은 대우를 받지 않으려고'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더 많은 젠더 갈등이 있지만, 그것들은 일단 차치하고 내가 겪었던 문제들부터 얘기해 보자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당했던 수치심과 두려움, 분노가 과연 예민함일까? 왜 다른 학대와 살인과 인권 유린은 당연한 얘기라고 얘기하면서 여성들이 당한 성범죄와 차별은 정신병이 되고 예민함으로 치부되는 걸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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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머리를 자유자재로 기르고 자를 것이며, 화장도 하고 짧든 길든 예쁜 치마도 입을 것이며, 나와 뜻이 같은 남자친구도 만들 것이고, 더 좋으면 결혼까지 할 것이다. 나는 그냥 안전하고 내 자신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 이런 내 자신과 우리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주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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