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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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페이지터너 등장!! 너무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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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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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것 같을 때, 한 걸음 더 가도록 격려하고 박수 쳐주는 듯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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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착각 - 허수경 유고 산문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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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오늘을 살 수밖에 없다. 책에서도 시시포스의 고행을 떠올리며 “오늘이 끝나면 고행은 어떤 대가 없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내일이 오면 어제의 자리에서 고행은 또 시작된다”고 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은 『'오늘'의 착각』이다. 그러니 우리는 매일 방향을 잃으며 착각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허수경 시인님이 8개의 원고에서, 작가의 말까지 하면 9개의 글에서 '착각'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 그것이 내 침실에도 있고, 풍경 속에도 있고, 부모에게도 있으며, 사회적 문제와 기억 속에도, 무엇보다 시에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착각과의 공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끔.

온통 널려있는 착각을 알아차리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속았다는 기분이 들기보다는 그것이 내 토양을 개량해주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난민이 전쟁과 가난을 피해 지중해를 건너다 배가 뒤집혀 물에 빠져 죽었는데, 지중해의 코발트 빛이 모든 것을 잠재운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인지하는 것. 복숭아를 먹으려고 껍질을 벗겨놓고 슬픔에 젖으면서, "식물에게서 존재의 슬픔을 공감하는 것은 어쩌면 내 유전자에 각인된 고생대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라고만 할 수 없는 '너'라고만 할 수 없는, 존재의 경계가 지워지는 상태, 이 착각의 상태는 슬픔의 한 원형인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

착각 속을 여행하는 것은 즐겁다가도, 쓸쓸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지금 내가 이 글을 읽으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착각 때문이라는 생각에 퍽 웃음이 나기도 했다. 책에서 시인은 "거대한 역사의 기류에 떠밀리던 한 인간의 삶과 문학이 미래의 타인에게 해석될 때, 미래의 타인은 자주 오독을 한다."라고 말했는데, 허수경 시인이 남겨 놓은 원고를 유고 산문집으로 읽고 있는 나는 오늘도 착각으로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설명할 수 없는 것 그 너머에는? 그 너머에서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는 것이 시가 아닐까. 논리로 설명되는 세계의 불완전함을 절망하는 것이 시가 아닐까.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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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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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은 시인님의 다독임을 읽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인상은, 예전에 시인님의 다른 책들을 읽을 때도 느꼈던 감각이지만, 주변에 있는 것들을 눈여겨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이다.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을 눈여겨보다 보면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나누는 심상한 얘기를 듣고 있으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나를 휘감았다."(90쪽) 를 읽으며 왜 이런 기분 좋은 인상이 내게 남았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주변뿐만 아니라 단어를 곱씹으며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이 쓴 산문이라는 점이 재밌다. 단어로 놀이를 하는 사람답게, 어떤 한 단어에서부터 시작되어 확장되는 글들이 많았다. '입고프다', '실패', '떼부자ㅡ때부자', '아직', '여유', '~만하다', '자괴감', '옆'과 '곁', '힘입다' 등 아주 많은 단어를 가지고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2.

4월에 이 책을 읽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쓴 글들이 순차적으로 엮여있다. 그래서 반복되는 4월, 기억하기 위한 글들이 있다. 3일 전인 4월 16일에, 나는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세월호라는 말을 잊고 살다가, 고작 하루 제대로 기억하고 슬퍼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내가 "기억한다"라고 말하는 것조차 부끄럽고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기억한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배웠고, 외면은 거짓말이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을 공고히 할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산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우리는 더욱더 잊으면 안 된다. 문제의 근저를 이루는 요소들을 어떻게든 계속 상기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 세월호 이야기를 해야 한다. 거짓말을 파헤치고 그 아래 있었던 각종 추악한 장면들을 직시해야 한다. 외면과 무관심은 거짓말이 계속해서 창궐할 수 있는 환경을 공고히 할 뿐이다." (100쪽)

그뿐 아니라, 많은 문장에서 자주 멈춰서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했다. 어떤 문장마다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위 사진처럼 떠오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책 귀퉁이에 적어놨다. 자주 멈춰서 친구에게 안부를 묻기도 하고, 미루던 답장을 하기도 했고, 전화를 걸기도 했다.




3.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문학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서 그럴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도 삼고 싶은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며 문학 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많이 상상해보기도 하고 배우기도 했다. '잘사는 게 아니라 잘 살고 싶어서 하는 것'(120쪽)일까, 문학은. '내가 슬플 때 누군가 나처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서, 슬프면서 좋은 것'(147쪽)이고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연대하게 해주는 것'(262쪽)일까. '내가 많이 쓰는 단어는 무엇이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려줘서 나를 잘 알게 해주는 것'(163쪽)일까.

'잘 익은 벼 한 모숨이 잘 지은 밥 한 공기가 될 때까지 여러 번의 ‘제대로'를 통해 밥심이 생기는 것처럼,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잘 익어서 사람의 힘이 된다'(61쪽)고 했을 때, 나는 ‘책’을 떠올렸다. 문학은 그런 힘을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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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자유 - 김인환 산문집
김인환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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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인환 선생님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 없이 책을 읽었다. 표지처럼 산뜻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책일 것으로 생각하며 침대에 누워서 책을 폈다. 그리고 서문을 읽다가 놀랐다. 글자를 읽었지만 읽히지 않아서 (!!). 이렇게 읽을 책이 아니구나 싶어서, 일어나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읽었다. 그리고서도 계속 책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해서 조금 헤맸다. 그러다 알았다. 이성을 깨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조용한 카페에 가지고 나가서 한 챕터씩 열심히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을.



2.

이 책은 독서의 가치, 동학, 중세 철학, 과학기술, 라캉 등의 주제로 많은 것들을 가르쳐준다. 꼭지마다 주제에 관해 넓은 범위를 포괄해 말하면서도, 본론으로 들어가면 깊게 탐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말해주는 것 같다. 깊다는 것은 무한한 맥락으로의 확장이었다. 첫 번째 꼭지 「독서의 가치」에서 "하나의 작품은 동시대의 또는 이전 시대의 작품들과의 연결 관계 속에서만 이해된다. 어느 책도 다른 책들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무한한 맥락'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저자는 매 꼭지 이 '무한한 맥락'에 따라서 논리를 진행한다. '동학'과 '니체'가 연결되고, '기독교'와 '유교'가 연결되고, '릴케'와 '한국의 시인'이 연결된다. 나에게 쉽게 읽히는 문장은 거의 없었지만, 이 무한한 맥락의 신비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이 책만의 독보적인 매력을 느꼈다.



3.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은 중세철학(중에서 기독교 철학), 특히 에카르트에 관한 부분이었다. 신에게로 간다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세계 속에서 '무언가를 가지게 되는 것',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것', '무엇인가를 원하게 되는 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즉,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특히 재미로 하면 안 되고, 메마름을 견디며 어두움 속에 버려져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한때 기독교인이었던 시절이 생각났다. 정말 수많은 사람이 기독교를 열심히 믿는 것을 봤지만, 나 스스로도 어떤 모순 속에 있고, 진짜 신앙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하는 회의 속에서 기독교와 조금씩 멀어져 왔다. 이 글을 보면서 '종교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갖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한 사람이라도 "무욕과 무지 속에서 사랑만이 홀로 정화의 어두움 속에서 타오르며, 영혼이 비로소 하느님과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신앙을 바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국 정치는 특별한 정치가가 잘해서가 아니라 백성들이 음양 허실에 따라서 가난할 때는 산업화를 보하고 중화학 공업이 가동된 뒤에는 민주화를 보하여 이만큼 발전한 것이다. - P139

릴케가 인간이라고 부르는 존재는 갈등과 대립, 불안과 가식에 시달리면서도 성내지 않고 부드럽게 죽음을 품에 안을 수 있는, 불완전한 동물이다. - P90

말의 논리 위로 낯을 들고 일어설 수 없었던 어두운 희망이 문학을 문학으로 규정하는 힘이며 이 희망은 세계적이고 보편적이다. - P184

무는 ‘없다‘는 의미의 명사가 아니라 ‘지운다‘는 의미의 동사이다. - P65

정진의 정 자는 알뜰할 정자이고 진 자는 걸어나아갈 진 자이다.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 한 걸음씩 걸어나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불교의 정진이다. - P55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딛고 미래를 설계하며 현재의 과제를 수행하지만 그는 동시에 동시성과 완전성을 지닌 영원에 참여하고 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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