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은 중세철학(중에서 기독교 철학), 특히 에카르트에 관한 부분이었다. 신에게로 간다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세계 속에서 '무언가를 가지게 되는 것',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것', '무엇인가를 원하게 되는 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즉,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특히 재미로 하면 안 되고, 메마름을 견디며 어두움 속에 버려져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한때 기독교인이었던 시절이 생각났다. 정말 수많은 사람이 기독교를 열심히 믿는 것을 봤지만, 나 스스로도 어떤 모순 속에 있고, 진짜 신앙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하는 회의 속에서 기독교와 조금씩 멀어져 왔다. 이 글을 보면서 '종교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갖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한 사람이라도 "무욕과 무지 속에서 사랑만이 홀로 정화의 어두움 속에서 타오르며, 영혼이 비로소 하느님과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신앙을 바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