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인간
이훈보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거대한 이야기”

- 우리가 살면서 만났던, 혹은 앞으로 만나게 될 삶에 대한 모든 질문



<그늘의 인간>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누군가에겐 당연했던 것들조차 작가에겐 그렇지 않았나보다’라고.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는 살면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도 작가는 ‘왜?’라는 질문을 덧붙여 깊게 고민한 흔적들이 이 책 속에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그저 ‘살면서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작가에겐 ‘그게 왜 필요하지?’라는 의문을 남겼나보다.



사실 읽다보면 꽤 납득이 되는 것들도 많다. 가령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라던가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른에 대하여’와 같은 질문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것들이지 않은가. 그 외에도 결혼이나 의사소통, 인간관계와 같이 그저 그것을 가벼운 것으로 여기고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가 아니면 작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깊게 고뇌하고 생각하는가에 따라 이러한 의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겠지.

사실 나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앞서 말했던 ‘누군가’에 속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이미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데 굳이 생각까지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다’라는 나름의 가치관과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져 어떤 문제에도 깊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 않아도 될 생각들까지 하며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지금와서 그 때를 돌아보면, 해야할 생각들을 제 때 하지 않아서 쌓이고 쌓였던 생각들이 이렇게 밀려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작가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2부보다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에 대해 이야기한 1부가 더 좋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과 맞닿아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기도 했고, 무엇보다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파트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물론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 안에 살고 있지만, 1부는 보다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으므로 최소한 코로나라는 변수로 여러 혼란을 겪고 있던 나에게는 1부의 내용이 조금 더 마음에 와닿았다는 말이다.





<그늘의 인간>이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왜 제목이 그늘의 인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많고 많은 질문을 하나로 연결하는데 ‘그늘’이라는 단어가 왜 쓰였을까 하는 사소하면서도 당연한 의문이라고나 할까. 그늘은 일반적으로 ‘어두운 부분’ 혹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처지나 환경’, ‘근심이나 불행으로 어두워진 마음’과 같은 의미로 쓰이니까. 그래서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행렬에 지친 마음을 표현한 것인가’라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늘의 인간>을 읽으며 단순히 그런 의미로 지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그늘에 대해 “편안하고 안도감을 준다”고 표현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밝은 외면 뒤에 어두운 내면을 갖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데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비롯된 괴로움을 느끼지 않기를 원했다.

작가는 이 책이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 어두운 내면을 이해하고 또 인정하면서 다음의 목적지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늘의 인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질문의 해답이나 정답을 찾기보다 ‘함께 고민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저 함께하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255p 평범한 사람의 거대한 이야기 中

“내가 아무것도 아니어야 사람들은 부담 없이 글을 보며 웃고 떠들다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 그 생각이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으리라.”

작가의 재치와 경험담이 어우러져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그늘의 인간>. 혹시 지금 삶에 대한 고뇌와 괴로움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잠시라도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26p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中

“행복은 삶의 기쁨을 이르는 말이고 쫓고자 하는 방향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삶의 본질을 침범할 수는 없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어서 사는 것이다.”

34p 어른에 대하여 中

“고백하건대, 나는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있었다.”

103p 아름다움에 대하여 中

“서로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각자의 아름다움을 존중하고 또 서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언젠가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217p 현대의 인문학 中

“마음을 잘 정리하고 덜 고통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

474p 그늘의 인간 中

“가능하면 땡볕에서 괴로워하지 않고 싱싱한 나무로부터 선명하게 드리워진 그늘에 앉아 바람을 즐겼으면 한다. 자신을 뒤덮은 그늘을 이해하고 또 인정하면서 열을 식히고 다음의 목적지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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