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로 대표되는 동양철학, 하면 일단 뭔가 무겁고 일상과 거리가 먼 듯 어려운 느낌이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양철학을 이처럼 쉽고도 명쾌하게 해설해 주는 책이 있어서 다행이다.
초반부를 읽어내려가며 이 책은 그동안 갖고 있던 그런 선입견을 깨버렸다.
멋내기용, 책장 늘리기 용으로 구입했던 동양철학 분야의 시리즈 책을 빨리 꺼내 읽고 싶어지게 만들 정도였다.
“많은 중국 철학자는 ‘자아’는 통일된 하나가 아니며,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특별히 마음을 끌었다. 이 짧은 문장은 사실상 별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문장부터가 이 책의 시작이다.
이어지는 문장들이 이 한 문장이 얼마나 많은 의미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 방증한다.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충분히 적용해 볼 만한 문제이다.
우선,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일보다 사람(관계)이 힘들다’라는 말을 간혹 내뱉기도 한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프리랜서는 프리랜서대로.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고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어도 자기 자신의 콤플렉스로 고민도 많다.
그런데 이 책에서 “사람은 누구나 상충하는 여러 가지 감정적 기질과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도 때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이든 자신이든 어떠한 특징이 그 사람 전체인 것처럼 규정하고 틀에 넣어 버리는 것은 위험하며,
결국 그 틀을 깨지 못하는 한 더 이상의 교류와 교감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동안 관계를 맺고 지낸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나 역시 그들을 내가 만든 틀에 가두어 놓았었지.
나를 괴롭히고 영 마뜩하지 않기만 했던 직장 상사가 가해자가 아니었구나,
그 관계를 망가뜨리는 데, 내 선입견이 한몫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뭔가 시원한 탄산수를 마신 듯한 내용이었다. 30년을 넘게 살면서 삶에서 가장 힘든 문제가 뭐냐고 손꼽는다면,
단연 ‘관계’라고 대답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뇌가 순환되는 느낌이었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문제들이 조금씩 말랑해지고 마음의 온도도 조금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나는 감정을 고스란히 옮겨 적는 에세이를 가장 즐겨 읽는다.
누가 누굴 가르치려 들거나 자기 잘난 맛에 세상과 단절된 듯한 시간 속에 들어가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 참 쉬운 세상이고 나 역시 그러한 저자들을 위해 일하던 사람이다.
'활자 공해'라는 표현을 속으로 삭이고 숨기면서 수년간 일하다가, 그 모든 괴로움을 상쇄할 만한 책을 만나,
읽는 내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역시 원점은 철학인가, 물음표를 남기며 읽었던 부분을 다시 뒤적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