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쉬었다가 - 따뜻한 남자 손봉호 교수의 훈훈한 잔소리
손봉호 지음 / 홍성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미스터 훈남

2012. 3. 15.

 

많은 사람들은 정의를 외치고, 윤리, 도덕, 원칙을 외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앞뒤 꽉 막히고 냉정한 사람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 심장이 마치 투명한 유리 얼음으로 되어 있을 것 같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롭고 냉기가 서려있을 것만 같다. 이것이 선입견임을 여실히 드러낸 분이 계시다. 손봉호 교수님이시다.

 

기독교 윤리 실천 운동, 경제정의 실천 시민연합 등을 이끈 손봉호 교수님. 먼 발치에서는 알 수 없었던 자신의 속살을 잠깐 쉬었다가라는 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었다. 친한 지인들 외에는 알 수 없었을 사소한 삶의 모습 속에서 원칙주의자 손봉호만이 아니라 따스한 남자 손봉호를 볼 수 있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일상의 글들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게 된다. 박장대소할만한 일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따스한 유머가 있다. 유머라는 것이 본시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미가 느껴질 때 우리 가슴에 피어오르는 미소다. 선생의 글에는 이런 인간미가 넘쳐흐른다. 일상 속의 인간을 향한 사랑이 사상적으로 체계화 되어 꽃 핀 것이 피해자 중심의 윤리라고 다가왔다. 새 차를 산 것에 실망하는 7살 아이의 말에 반응하는 선생의 태도에서 완벽주의가 아니라 배려와 따스함을 본다. 딱딱하게만 느껴지기 쉽상인 그의 윤리가 그의 삶 속에서 소담하게 맺어 있다.

 

환경 윤리와 사회적 정의에 대한 그의 주장은 피해자 중심의 윤리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그가 정의하는 윤리는 명확하다. 추상적이지 않아서 좋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윤리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옳고 그름의 차가운 저울질이 아니라 사람을, 특히 연약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한 윤리요 정의이다. 개인적으로는 회복적 정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런 사상적 배경에는 좋은 스승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장기려 박사와 같은 분들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동료들도 훌륭한 스승이였다. 그들을 통해 그는 정직과 성실, 인내라는 가치를 삶으로 배웠다. 그의 글이 추상적이지 않고 쉽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책상위의 철학가, 사상가가 아니라 삶을 통해 배웠고 삶을 통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 여겨졌다. 그의 글 쓰는 태도에서도 타인을 향한 배려가 심겨져있다. 읽기 쉽고 알아들을 수 있게 써야한다던 선생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글 마다 그 사람의 독특한 향기가 있다. 이 책에서도 손봉호 교수의 꼬장 꼬장한 대쪽 같은 부분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런데 차가운게 아니라 따뜻하고 훈훈하다. 잔소리라도 이렇게 훈훈하게 할 수 있을 정도라면 괜찮은거 아닌가? 따뜻한 남자의 훈훈한 잔소리를 듣다보니 어느덧 내 마음의 하늘이 맑아오는 것 같다. 우리 사회도, 교회도 좀 더 따듯하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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