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가의 그리스도 - 어느 도시빈민선교사의 사랑행전
마크 밴 하우튼 지음, 한화룡 옮김 / IVP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한 원고를 몇 차례나 뜯어 보는 사람들, 한 문장, 한 단어에 아등바등하는 사람들, 원고에 희열하면서도 지긋지긋해하는 사람들, 책이 나올 때까지 아니 책이 나온 후에도 조마조마해하는 사람들, 늘 뒤에 숨어 이름이 드러나지 않음에 안심하는 사람들. 바로 편집자들이다. 그들의 숨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찾아갔다.

“이 책을 만드는 내내 마음이 심히 불편했습니다.”
홍등가의 그리스도/ 마크 밴 하우튼 지음/ 편집자: 이혜영

사: 이 책은 어떤 책인지요.
편: 이 책은 과거에 알코올 중독자였던 마크 밴 하우튼이란 사역자가 도시 빈민가로 들어가 부랑자, 매춘부, 포주, 바텐더, 갱단, 가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사역하면서 빈민 선교의 실상을 소개하고 빈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성찰하는 책입니다.

사: 빈민 선교 사역자나 관심자만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인가요? 빈민 선교라는 말 자체가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편: 꼭 빈민 선교에만 국한된 책이라기보다는 내 이웃이 누구인지, 내가 알고 있는 복음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결코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도 의의가 있을 뿐 아니라 작게나마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 방안을 고민하도록 하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그리스도의 참된 하향적 삶을 일깨우는 책”이란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사: 표지의 빨간 색상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편: 네. 「여성, 그대의 사명은」(구판)과 「다 빈치 코드는 없다」의 뒤를 이어 빨간 표지가 등장했습니다. ‘홍등가’가 뭔지도 잘 모를 젊은 세대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심했는데요. 그 강렬함 이면에 있는 고독과 고통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홍등가가 그리스도의 보혈로 덮이는 상상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표지에 등장하는 확연히 구분되는 두 손은 하나는 우리의 손, 하나는 그리스도의 손일 수도 있겠고, 우리의 손 그리고 우리가 손을 맞잡을 대상의 손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홍등가란 뒷골목을 무대로 펼쳐지는 용서와 화해, 사랑과 섬김, 연합과 일치를 소통해 보면 되겠다 싶어 이렇게 가기로 했죠.

사: 편집 작업 가운데 이 책은 ‘위험한 책’이라며 머리를 싸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편: 살인, 방화, 성매매, 알코올 중독, 가출, 도벽 등 나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들이 난무한 이 책을 만드는 내내 마음이 심히 불편했습니다. 맥주 한 잔 마셔 본 적 없는 저의 좁다란 세계에는 발들일 틈조차 없었던 이러한 단어들이 온종일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 울타리 너머에서 몸부림치는 이웃들의 아픔이, 그들을 끌어안으라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너무나 명료하게 들려왔죠. 달콤한 위안을 안겨 주는 신앙 도서와는 차원이 다른 책이더군요.

_IVPBOOKNES 2006년 9-10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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