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빛이 멀리 간다 - 어느 소심한 아줌마의 좌충우돌 전도 이야기
엘리사 모건 지음, 김성녀 옮김 / IVP / 2007년 6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엘리사 모건은 유치원생 엄마를 돕는 단체의 책임자이며 두 남매를 둔 평범한 아줌마이다. 부모의 이혼을 통해 깨어진 가정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고, 두 아이를 키우며 어두컴컴하고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기도 한, 바로 나와 너무도 닮은 사람이다. 그런 아줌마가 자기 삶의 지향점과 습관과 태도가 드러난 사소한 일상을 진실하고 솔직하고 따뜻한 언어로 적어놓은 글이 이 책이다. 처음 나에게 이 책의 독후감을 요청하신 간사님이 전도에 관한 책이라고 하셨을 때, 거의 본능적으로 들었던 거부감! 전도와 기도에 “관한” 책은 난 되도록 읽지 않는다. 알고 있는 것에 비해 실천하지 않는 내 삶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죄책감은 싫다. 그래서 이 책을 전도에 “관한” 책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시길. 나처럼 전도에 “관해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별종들을 위해서라도.
하나님께선 하나님의 선하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죄사함을 믿는 사람들에겐 영적인 빛을 주시고 또한 이 빛을 간직한 사람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 빛을 비추라는 부르심을 받는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빛의 종류와 세기에 개의치 않는다. 한 점 작은 빛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이 어둠의 속성을 변화시킨다. 그러면서, 저자의 믿음에 십분 동의는 하지만 우물쭈물하는 사람들의 논리와 태도를 세심하게 지적한다. 내 빛은 너무 작아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실패하면 어쩌나, 남의 인생에 개입하는 건 댓가가 너무 크지,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어떡해, 내겐 간증거리도 없고, 모르는게 너무 많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건 정말 어려워...등등. 이런 두려움을 뛰어넘어 아주 작은 빛이라도 어두운 주위를 어떻게 밝힐 수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그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저자가 소개한 ‘난 못해’들이 내게 어찌나 친숙하던지 다른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다. 저자가 그 많은 ‘난 못해’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스스로의 실패담도 기꺼이 드러내면서 ‘난 할 수 있어’를 소개할 때, 꺼질만큼 연약했던 내 안의 빛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저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분별하여 그 한계 내에서 충분히 제 몫을 다하는 자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아줌마도 내 안의 빛을 어떤 식으로 비출 수 있는지 많은 용기를 준 책이었다. 나는 혼자 있기 좋아하고 내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엄마로서 맺어지는 동네 아줌마들과의 만남이 내겐 무척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이다. 아이들 학교 이야기로 시작해 사교육 얘기며 집값과 부동산, 재산 증식 등 별로 관심도 없고 동의하지도 않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러는 동안 내 안에서는 그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갖가지 판단이 들고,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가 없으니 만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나의 태도를 글에서 예리하게 지적한다. 믿기 전에 먼저 깨끗이 하라고 예수님도 요구하지 않으셨는데 그걸 내가 요구한다는 것이다. 생활 방식의 변화는 예수님을 알고 그 사랑에 반응한 이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성숙에 예민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균형을 강조한 저자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남편 따라 교회에 오는 한 자매를 따로 만났다. 이유없이 몸이 많이 아파 남편 따라서 그저 교회에 와 앉아 있는 언니이다. 오래 아파 본 나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다가 친해져서 가끔 만났었다. 최근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가 유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마흔 둘에 오래 기다리던 아이였다. 함께 임신을 기뻐하고 축하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상심이 너무 컸으리라. 언니를 위해 요즘 새로 배운 몇 가지 요리를 하여 집에서 울고있는 언니를 공원으로 불렀다. 언니에게 일어난 불행을 다 내가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난 그냥 언니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기도했고 소박한 음식을 대접하였다. 이 정도가 지금의 내가 비출 수 있는 분량의 빛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은 나의 빛도 멀리 갔을까 궁금하다.
김경아/ 세아이의 엄마이자 책을 좋아하는 주부.
IVP Booknews 7-8월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