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여성 - 젠더와 한국의 민족주의
최정무 외 지음, 박은미 옮김 / 삼인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은지 2년 정도가 지났지만, 여성과 민족주의에 관하여 이보다 탁월한 저작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여성학 공부를 어느정도 했고, 한국 근현대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얼마나 우리 학계에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지 이해할 것이다.

과거사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정말 누군가 언젠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누가? 누구의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정리한다는 것인지? 그들의 철학은 아직 읽을 수 없다. 
한편, 그 "과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먹고살기도 바쁜데 현재에 매진하자'고 주장하며,
'과거'와 '역사'를 자기들의 기억대로 박제하고자 논의 자체를 방해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우리가 그 시대를 얼마나 잘 아는지에 관해서다.
놀랍게도 우리는 우리 근현대사를 TV미니시리즈에서 보아온 대로 상상하고 있기 쉽다...
즉, 그 시대를 잘 알지 못하고, 도식화된 구분법 대로 그 시대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분법적으로-- 즉, 적과 아군이라는 체계로--
일본과 우리를 인식하고 있다. 

필리핀과 일본을 거점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맹주로 자리잡고 싶었던 미국은,
2차대전 이후 태평양전쟁의 전범인 일본의 과거를 제대로 묻지 않고 스리슬쩍 넘어가버렸다.
이것은 이미 정치적 합의하에 계획된 것이었다. 따라서 전후 아시아 국가들은
전쟁의 책임과 상처가 무엇인지 반문할 여지 없이 미국의 힘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일제시대 아픔과 분노의 역사의 책임을 일본에게 모조리 전가해 왔다.
사실 그들은 잔인하고 흉폭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평범한 우리들끼리도 서로 억압하고
서로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와중에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여성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미 군정기를 지나면서까지 계속된다... )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일본이라는 '극악무도한' 적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일제시대를 이해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다.

이 책은 친일문제 청산과 역사바로보기 논쟁으로 한참 시끄러운 요즘,
우리가 청산해야 할 역사와 과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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