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양들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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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바람의 화원>의 저자 이정명 신작이 나왔다.

제목을 듣자마자 ex-크리스찬으로서 얼핏 그런 생각을 했다. (밤과 양이라...)

성경의 느낌적인 느낌. 아니나 다를까 예수와 관련된,

그 시대와 관련된 예루살렘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에 대한 소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신적인 상징에서 보통의 인간의 상징으로 끌어내리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예수를 기독교적 성심, 신실함의 의미를 끌어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리뷰는 철저히 문학에서의 관점으로 쓰인다는 걸 먼저 밝힌다. 그리고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겠다.)




기독교인들에게 예루살렘은 성스러운 공간으로 대변된다. 신약에서의 행한 그리스도의 모든 구원의 행적과 기적의 가르침이 그곳에서 벌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성지로서의 역할과 상징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온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예루살렘은 그것과 사뭇 다르게 표현된다. 혼돈스럽고, 온갖 다신교가 충돌하고, 로마제국의 식민도시의 어둡고 습한 부분들을 사실적으로 그려 보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의 예루살렘은, 


성지가 되기 전의 공간, 성지가 될 수밖에는 공간


으로 표현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오독의 가능성이 열린다. 우리는 여기에서의 예루살렘을 예수 죽음 이후의 예루살렘과 착각해선 안 된다. 종교적 성심이 부여되기 전의 공간으로 먼저 인식해야만 한다. 그 첫 착각이 소설의 전체 독해를 망칠 수도 있다. 기독교적 독해와 소설적 독해가 다분히 분리되어야 하는 지점이다. 이 소설이 가리키는 방향도 그러하다.


추적하고 추리한다.


쫓고 쫓는다. 어떤 영화나 문학이든 스릴러(이 단어는 너무 모호한 면이 많다)라 칭해지는 모든 것들이 다 그렇다. 오리무중의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시작과 중간과 끝을 파헤친다.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범인이 이 사람으로 밝혀진다. 우리는 이러한 플롯에 익숙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스릴러적 구성물을 계속 읽고 보고 소비하는 것일까.


논리적으로 완벽한 삶은 존재할 수 없다. 고로 완벽한 추리는 존재할 수 없다.


이 소설에서도주인공 마티아스가 살인 용의자로 예수를 지목해간다. 우리는 안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대도 왜 이 마티아스는 계속 예수를 의심하는 것일까. 혹 이런 건 아닐까. 마티아스는 예수가 살해자였으면 하는 사람들 또는 살인자로 몰아가 그를 죽이려 하는 자들을 상징화한 인물이 아닐까. 그때의 정치지형으로 비춰볼 때(이 소설은 다분히 정치소설화 되어 있다. 권력의 이면의 충돌, 정치적 희생자에서 종교적 희생자로의 변화 등) 추측 가능한 설정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은 다 추리다.


쫓는 방식, 해결하는 방식, 범인의 살해동기가 각기 다르기 때문 우리는 여전히 추리소설을 사랑한다. 그걸 삶의 다양함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내가 너무 건조하고 하드한 사람인 걸까. 추리소설을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모든 살해 뒤에는 피살자든 가해자든 삶의 각각의 편린들이 존재하는 것을. 이 추리가 완벽하다 논리적으로 허약하다는 시선을 버려두자. 이 소설에서 원하는 바는 그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기독교적으로 바라봐주기를 그리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죄와 죄책감을 기독교적 감정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문학텍스트는 너무 많다. 특히 러시아의 도스토엡스키나 톨스토이에 의해 혹은 카프카에 의해) 그리고 우리는 이 스릴러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예수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렸다.

작가가 이 결말을 위해 소설이 600쪽에 달하는 분량을 할애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단지 숨어졌던 한 사람, 십가형을 당한 다른 누군가의 삶의 그 편린들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다분히 문학적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다 읽어가면서 나는 알았다. 예수라는 거대한 인물 뒤에 가려진 아주 보통의 인간. 아주 보통의 선한 인간. 엄청난 사건 뒤에 숨어 있는 가장 초라한 죽음. 지상에서의 마지막으로 예수에게 구원 받은 사람. 이 소설은 예수보다 그 한 사람의 삶을. 그 사람의 죄와 죄 사함을. 그 사람의 용서와 구원에 대해 어쩌면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성경 한 구절로 존재했던 한 남자의 삶이 이 소설에서 부활한다. 그의 삶이 책으로나마 다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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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21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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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도 없고 어린이도 아닌데 구매했습니다. 일러스트가 너무 귀엽고 굿즈도 예뻐요! 가끔씩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게 힐링돼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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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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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영화 한 편을 상영하면서 읽었다. 장르물은 자칫 유치해지기 쉬운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역시 같은 내용도 어떤 작가가 쓰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다. 인류의 마지막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담담하게 잘 풀어낸 문체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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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 1만 시간의 법칙을 깬 거인들의 61가지 전략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 외 옮김 / 토네이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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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 규칙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새로웠다. 책을 읽고 명상 어플을 설치하고 하루 일기를 기록했더니, 확실히 하루하루를 잘 지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실천에만 잘 옮긴다면 그들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만족하는 인생은 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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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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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으로 힘들 때 읽어서 함께 고통받는 느낌이었는데, 다 읽고 난 후엔 어쩐지 주드의 삶에 위로를 받았다. 불행과 행복이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똑같이 주어진 삶은 과연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그럴 것이다. 그냥 묵묵히 살아가는 수밖에. 책 디자인, 카피 전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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