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 검은 돈과 암살자들로 가득 찬 저택에 제 발로 걸어온 것이 아니다. 오로지 안나의 부탁 때문이었다. 번거로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아 계약을 하지도 않았다. 그가 전쟁터에 남은 이유는 오로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너무 많은 죽음과 싸움 때문에 쉽지가 않다. 저택의 주인과 그 손자들이 권력과 돈 때문에 서로를 죽고 죽이려 한다. 그런 과정에서 고용된 용병들이 그들을 지키기 위해 대신 칼과 총을 든다. 하지만 돈이라면 적도 나의 편이 된다. 오늘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내일 악당이 될 수도 있다. 누가 진짜 승자인지는 파괴자들을 끝까지 읽어야지만 알 수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이야기 속에도 잠시나마 따뜻한 순간이 있다. 바로 마리이다.
유니콘 염소에게 소원을 빌기도 하는 아직 어린 소녀이지만 언어 습득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안나의 조카이기도 하고 안나가 K에게 부탁한 것 역시 바로 마리이다. 이곳 일이 모두 끝나면 마리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 그 부탁이다.
K는 여전히 무뚝뚝하면서도 시시한 말투로 마리를 대하지만 소녀와 함께 있을 때 나름에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마리에게 '좀 더 커야 알 수 있다.'라는 말을 설명해 줄 때 K의 알 수 없는 말투가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