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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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소설 '침입자들'을 통해 평균 평점 9.6을 얻어내며 좋은 반응을 일으켰던 정혁용 작가의 신작 나왔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초대장, 바로 파괴자들이다.

소설 파괴자들 줄거리

K는 옛 동료 안나의 연락을 받고 시골 마을로 향한다. 그 마을에서 처음 만난 소녀는 염소를 유니콘이라 믿으며, 그 유니콘에게 염소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 아이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대저택은 호화로우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양식들로 이루어져 있다. 러시아인의 이름이 적힌 걸 보면 러시아인이 지은 건물인 듯 보인다.

건물 로비에는 서녀 명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게 험악한 인상을 풍긴다. 어떻게 찾아왔냐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에 K는 친구를 보러 왔다고 말하지만 초대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과 실랑이를 벌이는 K에게 험상궂은 남자가 다가오고 이내 칼부림이 일어난다.

15초, 남자 11명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여자는 K에게 묵을 방은 6층 맨 끝 방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안나도 4층 맨 끝 방에 있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안나와 K는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푼다.

K는 아직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른다. 얼마나 위험 곳에 들어왔는지 얼마나 위험한 계약을 하게 될지 그리고 살아서 나가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소설 파괴자들 서평

정혁용 작가 신작 소설 파괴자들은 과거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용병들이 이제는 가족들의 권력과 욕망으로 더럽혀진 전쟁터에 또다시 불려와 목숨을 건 전쟁을 하는 이야기이다.

보통 전쟁에서는 아군과 적군이 뚜렷하게 구분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할머니와 손자 사이의 전쟁이란 점도 굉장히 놀랍지만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아군과 적군이 뒤섞이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중심에 K는 아무리 돈이 쥐여져도 오로지 동료와의 약속 하나만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대저택에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통해 작가의 꿈을 꾸었다는 정혁용 작가답게 파괴자들의 주인공 K 역시 시니컬한 유머 안에 감정을 숨기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작가의 전작 소설 침입자들의 주인공 행복 역시 K와 비슷한 말투와 감정과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행운이 택배 일을 하면서 물류, 고객, 사회와의 전쟁 속에서도 자신의 말투와 유머를 잃지 않았다면 진짜 목숨을 걸고 싸우는 K도 그 말투를 마치 무기처럼 사용하고 상대방을 무력화 시킨다. 그 말투에 지지 않은 사람은 오로지 동료 안나뿐이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

-생각해서 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아.

K가 검은 돈과 암살자들로 가득 찬 저택에 제 발로 걸어온 것이 아니다. 오로지 안나의 부탁 때문이었다. 번거로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아 계약을 하지도 않았다. 그가 전쟁터에 남은 이유는 오로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너무 많은 죽음과 싸움 때문에 쉽지가 않다. 저택의 주인과 그 손자들이 권력과 돈 때문에 서로를 죽고 죽이려 한다. 그런 과정에서 고용된 용병들이 그들을 지키기 위해 대신 칼과 총을 든다. 하지만 돈이라면 적도 나의 편이 된다. 오늘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내일 악당이 될 수도 있다. 누가 진짜 승자인지는 파괴자들을 끝까지 읽어야지만 알 수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이야기 속에도 잠시나마 따뜻한 순간이 있다. 바로 마리이다.

유니콘 염소에게 소원을 빌기도 하는 아직 어린 소녀이지만 언어 습득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안나의 조카이기도 하고 안나가 K에게 부탁한 것 역시 바로 마리이다. 이곳 일이 모두 끝나면 마리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 그 부탁이다.

K는 여전히 무뚝뚝하면서도 시시한 말투로 마리를 대하지만 소녀와 함께 있을 때 나름에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마리에게 '좀 더 커야 알 수 있다.'라는 말을 설명해 줄 때 K의 알 수 없는 말투가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한국 소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용병에 관한 내용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투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상상하기에 잔인한 부분도 많았지만 이미 그런 것들을 기대하게 하는 카피라이트가 표지에 가득 적혀있다.

개인적으로 정혁용 작가 소설 침입자들을 먼저 보았고 그 안에서 느꼈던 매력이 있었다. 짧게 짧게 끊어지는 말투가 가독성이 좋았다. 화려하게 꾸민 말투도 아니었고 그냥 자신의 진심을 그대로 담아낸 말투였다. 그걸 그대로 이어지게 한 소설 파괴자들 역시 그런 매력으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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