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밖의 복음서 - 예수의 또다른 가르침을 찾아서
이재길 지음 / 정신세계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이 복음서들은 왜 금지되었는가!

어떤 진리를 가르치기에 주류 기독교의 심기를 거슬렀던 것일까?

다빈치 코드로 뜨거워진 역사적 예수,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영지주의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출간된 유다복음의 영향으로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유다복음보다 훨씬 이전에, 다시 말해 일반 복음서와 거의 같은 시기에 쓰여졌지만 그 동안 소개되지 않은 복음서들이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물론 <도마복음>나 <마리아복음>은 각각 번역되어 따로 소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성서 밖의 복음서>에는 이 두 복음서말고도 세 개의 금지된 비밀복음서와 <도마행전>에 들어있는 진주의 찬미가 실려있다.

저자에 따르면 도마복음과 요한의 비밀서는 성서에 실린 주류 기독교의 복음서와 거의 같은 시기에 쓰여졌다고 한다. 달리 말해 유다복음은 너무 후대에 쓰여져서 주류 기독교의 복음서에 수록된 내용을 반박하기 위해 사용하기엔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데, 도마복음과 요한의 비밀서는 주류 기독교가 주장하는 시간적 우위에서 뒤지지 않는다. 결국 먼저 쓰여졌다는 이유로 정통 기독교의 복음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영지주의 복음서에서는 정통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가르침이 눈에 띈다. 그럼 몇 가지 구절을 인용해 보자.

1 "그러나 그노시스는 누가 대신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직접 성취해야 한다. 영지주의자들은 주류 기독교의 대속적代贖的 구원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간의 죄와 타락에 분노한 아버지 하느님을 달래기 위해 아들 예수가 제물이 되어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야 했고, 그 사건으로 하느님이 인간을 용서하고 예수를 믿는 자에게는 구원을 베풀게 되었다는 교리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영지주의자들은 예수를 통해야만 구원을 받는다고 설교한 정통 기독교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재자가 필요한 자는 화가 있다. 은총이 필요한 자는 화가 있다.
두려움없이 말하고 스스로 은총을 얻은 자는 복이 있다.
<야고보의 비밀서>


2 "무지와 더불어 영지주의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또 하나의 장애는 망각이다. <요한의 비밀서>는 신화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망각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설명한다."

인간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깨닫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우두머리 통치자(얄다바오트)는 그들에게 망각의 물을 마시게 했다.

3 "한편, 예수의 실제 어록을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도마복음>에 나타난 예수상像은 사복음서들(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내가 누구와 같은지를 말해보아라.”
시몬 베드로가 예수께 말했다.
"당신은 의로운 사자使者와 같습니다.”
마태가 예수께 말했다.
"당신은 현명한 철학자와 같습니다.”
도마가 예수께 말했다.
"선생님, 저의 입은 당신이 누구와 같은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선생이 아니다. 너는 내가 돌보는 샘물을 마시고 취하였다.”

예수는 자신을 무작정 믿는 자에게 구원을 준다고 말하지 않는다. 구원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깨달음에서 시작하고, 예수는 그 과정을 돕는 촉매자요 도우미다.
그 동안 영지주의 개론서만 몇 권 읽고 영지주의 문서를 직접 맛보는 경험은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출판된 책을 통해 영지주의를, 그노시스를 직접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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