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 최영미 시집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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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철도를 받아서 읽어보고 있다.


처음 몇 편만 읽었는데도 좋은 시집을 사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첫 번째 시 '너무 늦은 첫 눈'은 사랑 이야기이다. 많은 최영미의 시에서 보이는, 잘 진행되지 않고 기억으로 남아 있는 아쉬움을 담은 사랑이야기 이다. 조금은 초연해져가는 작가의 감성이 묻어 나온다. 이제 연륜이 쌓였나?


두 번째 시 '3월'을 읽으면서 아하 시인의 감수성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봄의 클라이맥스는 5월이지만 5월이 오기 위해서 겨울을 극복하는 3월이 있어야 했다. 봄이 된 것 같은데 가끔 변덕 스럽게 추운 날씨가 들이 닥친다. 오죽하면 예 말에 춘래불사춘 이라는 말이 있을까.


이 3월에 감사할 줄 모르고 조금 따뜻해진 4월이 되면 3월을 잊고 4월을 찬미하며, 다시 5월이 되면 계절의 여왕이 된다. 


그렇다. 사실 봄이 오기 위해서는 추위와 싸워서 이겨가는 3월이 꼭 있어야 하고, 3월의 공헌이 크다. 그래 3월이 정말 중요하고 올해는 3월이 지나가 버렸지만 내년 부터는 3월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생각하지 못했던 이런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면 정말 좋은 시가 아닐까? 


미리 쓴 유언장 같은 '안녕'이라는 짧은 시가 그 다음이다. 

그 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누군가가 울어줄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리고 표제이기도 한 '공항철도'가 있다. 


이 역시 길지 않다. 그런데 '한강이 꺼꾸로 흐른다' 라는 문장을 보면서 '뭐지?' 싶었다.

조금 생각해보니 이 문장 그리고 이 시 짧으면서도 강렬한 '사회 참여'시라는 생각이 든다. 꺼꾸로 흐른다. 그래 요즘 꺼꾸로 흐르는 것 많지.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여러 모습들. 생각할수록 


이 시를 읽고 다시 생각하니 '3월'도 계절이 아닌 '사회상'을 보여주는 시로 보였다. 그래 이 사회에서 노력한 것을 제대로 보상하거나 인정해주지 않지. 


사실 출판 된 후의 시는 작가의 것이 아닌 독자의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독자에 따라서 다양하게 읽히고, 이해된다. 글에서 위안 받는 사람도 있고, 내 생각을 표현해준 것에 대리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아름다운 일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


꺼꾸로 흐르는 한강이라는 말에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번 정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지난 정부를 떠올릴 수도 있고, 내 노력에도 실패한 사업이나 사랑을 떠올릴 수도 있다.


역시 좋은 시집이다. 내 머리 속에도 여러가지 생각이 나니 수많은 사람들 각자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만들어낼까 싶다.


이 시집 천천히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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