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사운드 - 전 세계의 경이로운 소리를 과학으로 풀다
트레버 콕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소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좋든 싫든 다양한 소리가 넘쳐난다. 개방적으로 설계된 '귀'라는 신체기관의 특성상 모든 소리에 노출된 것도 소리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층간 소음으로 인해 다투기도 하고, 본인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소리를 찾기 위해 ASMR이라든지 화이트 노이즈를 일부러 찾아 듣는 사람들까지 소리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기만 할 것 같다. 그 '소리'에 관한 책이니 더욱더 반가웠던 것일까. 지상 최고의 사운드라는 제목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영국의 대학에서 음향 엔지니어링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음향공학 연구소 소장이다. 주로 최적의 음향 상태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실내의 소리를 통제하는 것에 주력했던 그가 어느 날 변화를 맞이한다. 음향에 관한 라디오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소리의 왜곡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일종의 진리 아닌 진리를 깨달은 그가 전 세계를 누비면서 세계 곳곳의 멋진 소리와 만나기 시작한다.

  소리를 과학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소리의 파동에 관한 물리학적 지식들이 주를 이루는데, 평소 과학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크나큰 당황스러움과 미지의 것에 대한 흥분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불협화음과 협화음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대목은 굉장히 아이러니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긴장감이 팽팽히 이어지다가 일순간 풀리면서 느껴지는 환희의 반복이라고 할까나.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빠르게 속독하기보다는 곱씹으면서 읽었다. 그리고 저자가 소개한 소리들을 다양한 채널에서 일일이 찾아 들었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자연의 소리들은 그 어떠한 소리들보다도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구 어디에선가 이런 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을뿐더러 관심조차 없었던 내가 창피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간 다른 감각들에 너무 취해있던 탓에 정작 매혹적인 소리를 듣는데 너무 소홀하지 않았었나.

  소리에 대한 시각을 조금 더 넓혀 준 책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소리는 '들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짧은 생각과 달리 인식과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 소리가 필수적인 요소였다는 점도 다시금 느끼게 됐다. 수많은 소리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청자가 되는지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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