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DNA 반올림 44
양인자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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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갈등과 문제들을 중학생의 시선으로 천천히 풀어쓴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총 6 편의 단편 소설을 담아내고 있다. 작게는 가족, 크게는 사회 전반의 어두운 면은 직시하게 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고민을 던진다.

'심연의 물고기, 하늘거린다', '그 한마디', '굽은 소나무', 'DNA' 이하 4편의 단편 소설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유사하게 부모 혹은 부모 어느 한 쪽의 교육열이 뜨겁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공부'는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들은 자식들에게 수용을 강요함으로써 무조건 따르기만을 원한다. 자식들의 자유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는 것이 우선인 셈이다.

'심연의 물고기'에서 주인공은 수행평가 그림을 누군가 대신 그려줬다는 사실을 선생님께 털어놓음으로써 스스로 참된 가치를 배우고 성장하고, '그 한마디'에서는 우연히 행하게 된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의 피폐해진 마음을 위로받고 끝내 성장한다. '굽은 소나무'에서도 마찬가지로 언니를 공부시키는 데 극성인 엄마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공부만이 유일한 정답인가?'라고 자문하게끔 한다. 'DNA'에서는 자식들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보다 공부하고 치킨집을 도와 돈을 버는 게 더 중요하다. 아버지와의 자식 간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유대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 점에서 인간적인 가치는 처참하게 뭉개져버린다.

나머지 2편의 단편소설 '꽃잎이 된 교복'과 '일 달러, 움켜쥔 희망'에서는 각각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쌍용차 정리 해고를 배경으로 글이 전개된다. 중학생의 시선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그 사건으로 인해 생기는 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드러낸다. 이해당사자는 아니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인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낼 것인가. 사회가 발전할수록 필요한 고민 같다.

오로지 세상을 더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경험에 비춘 자신들의 말이 진리인 양 무조건 따르라는 어른들이 더러 있다. 물론 경험에서 나온 조언도 맞기도 하고, 상대방을 위해서 나온 행동인 것도 알겠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아무리 그 상대가 나이가 어리고 자신보다 권력의 하부구조에 위치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하기 전에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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