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킬로미터 정도를 걸어 지하철역에 거의 다 왔는데 길 한쪽에 꽃가게가 보였다. 순간, 내가 키츠의 집에 언제 다시 오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꽃 한 다발을 사들고 온 길을 되짚어 걸었다. 그사이 초록빛 대문은 닫혀 있엇다. 위대하고도 불행했던 시인이여, 안녕. 언젠가 이 자리에 다시 한 번 설 수 있길. 문 앞에 꽃다발을 놓아두고 돌아섰다. 시인의 짧은 생과 덧없는 사랑을 생각하며, 나는 푸른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햄스테드히스의 거리를 천천이 걸어갔다. -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