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에 대하여 - 홍세화 사회비평에세이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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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은 잔인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매우 활동적이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추악한 권력의 남용과 탈선을 허용해 주기 때문에다." p12.
이 문장 때문에 서평단을 신청했다. 착한 방관자는 비겁한 위선자일 뿐이라는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여태까지의 나의 삶도 무관심한 다수에 속할 것이다. 세상의 부조리, 차별 등에 분노만 해왔고,강한 자여서 살아남은 게 아닌, 요행으로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만 가지고 있었을 뿐 결코 먼저 소리를 내고 나선적은 없다.
이런 내가 부끄러워서, 착한 방관자로 남고 싶지 않아 방법을 찾고 싶어 무작정 책을 읽었다. 결론적으로 아직 착한 방관자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깨우치지 못했다. 하지만, 차별적인 사회의 현실을 조금 더 확실하게 알게 되고 스스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겠다는 확신을 세웠다.


지난 5월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희석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갑질 가해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파트 입주민과 사이가 좋았다고 하다. "의자에 앉으려거든 관둬라/민원이 생기면
바로 관둬야 한다/낙엽이 뒹굴게 놔두려거든 관둬라/춥다고 지하실에서 전열기를 쓰려거든 관둬라." 최희석씨도 매일 매 순간 관두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두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그랬을까? 그는 임시 계약직 노인장이었고,
고용 불안과 갑질에 시달리면서 견뎌야 하는 마지막 일자리에 처해 있었다. 우리 내면에 있는 퍼절한 욕구, 먹고살려면 감지덕지 받아들이라는 사회의 시혜적 시선과 결별하라는 요구에 응당하여 목숨을 끊었던 것이 아닐까? p13
사이가 좋았던 입주민들도 비겁한 방관자인걸까. 내가 그 입주민이었다면 소리를 내었을까. 이런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사람의 취급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임계장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그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꼭 알아야 할 이런 사회적 이슈를 조금이라도 소개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뀔 수 있기를 기도하는일 뿐인거 같다.


다수와 소수의 관계가 서로 '다른'관계가아닌 바름과 틀림, 정상과 비정상의 관계로 치환될 때, 다수는 다수에 속하는 것만으로도 바르고 정산인 자리에 서게 되고, 소수는 소수에 속하는 것만으로도 틀리고 비정상인 자라에 계속 머물 수밖에 없다.
사회에 따라 적게는 4퍼센트, 많게는 12퍼센트나 되는 성소수자는 소수에 속하기 때문에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 '개인의 자유'와 '평등권'을 획득하기까지는 실로 지난하고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21세기는 성소수자에게 해방의 세기로 기록될 것이다. p59.
나는 이 마지막 문장에서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을 받았다. 19세기 노예해방의 세기. 20세기 보통선거권과 여성참정권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성소수자 해방의 세기가 된다는 의미에서
현재도 아직 발전해야 할 인권 문제가 가득하고 21세기가 되도록 성소수자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속상하고 부끄럽다.
어렸을 때는 "그들이 서로 좋아하는데 성별이 문제가 될 것이 있을까"라고 단순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나라에서 법으로 인정해주지 않기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아플 때 보호자가 되지 못하고 함께 살아도 가족이 되지 못하는 사실에 이제는 한 종류의 가족으로 받아드리고 성소수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생겨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그저 요행으로 살아남은 다수일 뿐 잘나서, 강해서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같다. 본인이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코 당신들이 잘나서 차별을 받지 않는것이 아니다. (일반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맞는지 의문이다. 다수라고 칭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일까.) 이 사회가 차별에서 벗어나고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날이 올 때까지 조금 더 소리를 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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