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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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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거친 이야기들인데, 한없이 아름답다. 이런 이야기를 또 한번 들려주어 황정은 작가에게 한없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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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시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지음 / 곰출판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러시아어 완역본이라니, 정말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네요! 빨리 만나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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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삶에서 일어나는 별개의 사건들이 서로 만나는 일에 대하여, 그 연결고리에 대하여, 작가들은 어떤 해석을 내리고 있을까.

폴 앤더슨의 영화 <매그놀리아>와 폴 오스터의 소설 <리바이어던>은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각각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매그놀리아 :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잔인한 우연'들에 관한 영화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우연히 일어난 사건들에 의해 서로 관계들을 맺어가고 상처받고 때로는 죽음을 맞게 된다. 그것 - 우연 - 들은, 영화의 끝에서 난데없는 개구리 폭우가 쏟아지는 것처럼, 결코 일어나지 않을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도처에서 출몰해 사람들을 괴롭힌다.

프랭크 매키(톰 크루즈)는 말하자면 이에 대한 안티테제이다. 그는 우연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자 꼬시기'에 압축된 그의 삶에 대한 태도는 '삶은 투쟁이다. 모든 것은 철저한 계획과 그 실천에 의한 싸움에서의 승리에 의해 필/연/적으로 얻어질 뿐.'이라는 말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역시 우연들에 의해 무너진다.

천재 꼬마 역시 안티테제라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을 단호하게 거부해 버린다. 하지만 '절 행복하게 해 주셔야 해요.'라고 말하는 그 아이에게 아버지는 두 번씩이나 '잠이나 자'라고 말해 버린다. 아이에게 아버지는 마치 신처 여겨지고, 우리는 어떻게도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가 천재일 때도 어린 아이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리바이어던 :

그러나, 폴 오스터에게 이러한 모든 '우연'처럼 보이는 것들은 실은 우연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원래 '리바이어던'은 홉스가 '개인을 말살하는 거대한 국가 권력'을 빗대 사용했지만, 폴 오스터는 그것을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 자체로 하나의 종결형이었던 사건들이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은 그냥 우연이 아니라 저항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운명이 각 개인에게 실체로서 나타날 때 그것은 언뜻 보기에 기습적으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그 개인들을 덮칠 목적으로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되는 것이며, 따라서 여기에는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언제나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항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하여 사람들은 고통받고 망쳐지고 심지어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았던) 상처까지 주게 된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주의깊게 분석하여 그 속에 숨어 있는 '운명의 인과관계'를 해독해 내어 그것을 직시하는 것(그리고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 그러나 그것에 저항하려는 헛수고는 하지 말고 다만 그 속에서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걸 꼭 절망적인 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나는 오히려, 그것을 '희망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그는, 삶이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곤 하는 것이건 어떤 것이건, 그 운명의 장난에 의해 삶이 망가지건 어떻게 되건간에, 어쨌든 그것에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개입하려고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고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자신의 삶에 자신의 의지를 얼마나 개입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인간은 개구리처럼 약하고 리바이어던의 손아귀에 붙잡힌 포로처럼 속수무책이다. 삶은 능동적이기에 앞서 수동적이고 주어지는 고통을 피할 길은 없다. 그러나, 자기 앞에 닥쳐온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일이 회오리 바람을 만난 재수없는 개구리들처럼 죽임을 당하거나 눈을 꿈벅이며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뿐이라는 폴 앤더슨의 메시지는 나를 너무 맥빠지게 한다.

나는 대신, 폴 오스터가 제시한 최소한의 희망에 마음을 맡기고 싶다 - '나를 불쌍하다고 여기지 말게. 나는 괜찮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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