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 -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위해 세상에 띄우는 희망 메시지
김성훈 지음 / 한국농어민신문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위해 세상에 띄우는 희망의 메시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주술(呪術)이나 계시(啓示)처럼 무엇인가를 강하게 암시하는 것 같은 책 표지부터가 욕구(?)를 자극했다. 농업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접했던 한 농업전문지의 고정칼럼 란을 빠뜨리지 않고 봐 왔는데, 그곳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책(김성훈 著, 한국농어민신문)으로 출판했다기에 부랴부랴 주문을 하고, 또 받자마자 책장을 넘긴다.

농업, 농촌 그리고 농민문제!

어렵다. 아니 어떻게 풀 것인가? 하지만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관심을 가져 주는 저자와 같은 분들이 아직은 건재하기에 어렵다는 생각이 덜하다. 또 한없이 고맙다. 어쩌면, 농업을 단순한 경영이니 경제니 하는 약삭빠른 잣대로 재단하기보다는 나 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오늘 보다는 내일을, 그리고 공익적 가치와 기능을 먼저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글로벌 경영‘ ’글로벌 위기‘ ’글로벌 ** ‘

언제부터인가! 이 놈의 ‘글로벌(global. 세계적인, 전 세계의)’이라는 단어는 보편적인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그런 흐름 속에 ’경영‘ 이라는 산식(算式)으로는 도저히 수지(收支)를 맞춰낼 수 없는 농업의 현실을 차라리 외면했더라면 이런 푸념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지지난주던가? 이명박 정부 1년 ‘농정평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접했다.  

내용인 즉, 농업인 10명중 6명이 향후 농업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기업과 자본․경쟁력만 강조하지 정작 그 중심에 농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군 유통회사 설립, 농어촌 뉴타운 건설, 수출확대 등 일련의 정책들이 구체적인 실천전략 없이 목표만 요란하다는 지적과 일선 농민과는 괴리감만 조성시켰다는 내용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정부가 내놓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은 마치 그런 것을 뒷받침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겠지만, 일천하기 그지없는 필자의 생각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인다. 국내자본이 되었건 외국자본이 되었건 끌어들여 기업화(농업법인 1만개)와 규모화(기업형주업농 20만호)를 촉진시키고, 수출만 늘리면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한해 농산물 수입액이 수출액(44억 달러)을 5배(200억 달러)나 앞지르는 현실에서 수출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입을 줄이는 것이 방안이 아닐까? 또, 무엇보다 닫혀있고, 막혀있는 농민의 의식을 깨우쳐 주고 열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최근 목격했던 사례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일괄공급’ 방식에서 ‘농가신청’ 방식으로 바뀌어 2년전 이 무렵 버벅거리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허리가 작살나는 줄도 모른 채 신청서류를 검토하고, 전산시스템에 입력을 끝낸 석회질과 규산질비료가 공급이 되고 있다. 문제는, ‘신청을 하지 않으면 공급을 해줄 수 없으니, 신청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누누이 했건만, 남의 얘기로 들었는지! 지금에 와서 ’내 비료 내 놔라‘ 라면서 소란을 피운다.

공짜로 준다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했던가! 또, 한 푼이라도 내 돈 내고 받아가는 것을 못 받는다면 서운함이라도 덜한데! 공짜로 주는 것도 못 받았다면서 신청 당시에 (마을)일을 맡았던 사람한테 입에 담기조차도 거북한 막말을 해댄다.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언제까지 추가로 신청을 하면 다음년도에 공급이 된다는 말로 다독거려 보지만 역부족이다. 어떻게든 금년에 받아야겠다며 또 목소리를 높인다. 어휴! 이런 이들의 속사정까지 아우르고 가야 한다는 말인가? 씁쓸할 뿐이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이 한미 FTA를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했다고 한다. ‘그래! 결국 또 그렇게 되겠지!’ 한․칠레FTA 하나만 가지고도 전국의 포도밭이 파헤쳐지고, 복숭아나무가 뿌리채 뽑혀 나갔는데! 50배 100배 덩치가 더 큰 미국․중국의 농업과 싸웠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거저 주는 것도 못 챙기는 농민이 부지기수이고, 좋을 때는 호형호제하며 간(肝)이라도 떼어 줄 것 같더니, 어느 한 순간 비위(脾胃)에 거슬리면 철천지원수가 되어 뜯고 뜯기는 것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규모화와 기업화를 강조하고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괴리감만 더해 가는 것 같으니...

‘이 시대 한국에 태어나 살아온 이유가 자나 깨나 농업․생명․환경을 생각하며 그렇게 말하고, 글을 쓰고 행동하며 본질과 관계없이 우파가 되었다가 좌파로도 찍히고, 중도파로 불리어 왔다’라며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라’는 저자(著者)의 거침없는 외침이 또 밤을 지새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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