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세트 - 전5권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에게 개미란, 어떠한 존재인가?”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떤 사람은 개미를 그저 미개한 존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사람은 개미를 자신의 손가락짓 한 번 만으로도 해치울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하찮은 존재, 더 나아가 해충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혐오할 것이다. 흔히 우리는 개미를 생각하면 우리보다 하등한 존재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하찮은 존재를 소재로 바탕으로 다음 소설 <개미>를 썼다. 그는 왜 개미를 소재로 소설을 쓰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 소설에 열광하였는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5권으로 구성되어 3부의 이야기로 나뉘어진다. 1부인 1권에서는 개미 세계와 인간 세계의 접촉, 2부인 2,3권에서는 인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개미 세계, 3부인 4,5권에서는 개미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인간 세계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걸핏 이것만 들으면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개미가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이것이 책의 이야기로 담긴다? 현대 사회에서의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다.

 이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은 세 가지 이야기가 나열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 가지 이야기는, 인간 세계의 이야기, 개미 세계의 이야기, 그리고 소설 속의 인물 애드몽이 작성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이야기이다. 이 세가지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됨으로써, 필자는 각각의 이야기에 대해 재미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 재미는 철학적 주제와 교차됨으로써 이 소설의 정교함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 종종 등장하는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이야기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로 들어, 이것은 일본의 할복 문화를 언급하며 할복 문화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타 문명이 우리 문명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의 문화를 이해를 바라는 것은 모순됨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주제들은 본래 진행되는 이야기에 철학적 사고를 곁들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에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이야기하는 애드몽은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대변하는 듯하였다. 그는 소설 안에 자신만의 견해와 철학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담아 이야기하려 하였고, 이에 대한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실제로 책의 인물 에드몽과 책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겹치는 점이 많다. 우선 애드몽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개미>의 내용에서 애드몽은 개미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는, 어떻게 보면 미치광이에 가까워 보이는 과학자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에드몽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에 꽂히기만 하면 그 분야에 매진하게 되어 끝을 보고마는 성격이 서술되었다. 그의 성격은 남들과 크게 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유년 시절 성격은 그의 성장기 이후에도 이어졌고, 이것은 그의 개미에 대한 연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개미에 대해 몰두하기 시작하였고, 그의 연구는 관심을 넘어선 집착, 애착에 가까워 보였다. 그는 개미를 연구하려다 개미떼에 휩쓸려 죽음의 위협을 받기도 하였다. 그의 죽음 또한 개미와의 소통을 위해 페로몬을 연구하다가, 그의 몸에 남아있는 페로몬이 원인이 되었다. 근처에 있던 말벌 떼가 애드몽페로몬때문에 개미로 인식하였고, 이것 때문에 말벌 떼에 쏘여 죽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30년의 생을 바쳐 개미를 관찰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그가 작성한 개미에 관한 논문으로 호평을 받은 사례도 존재하였고, 아프리카로 가서 개미 연구에 몰두한 경험도 존재한다. 또한, 그는 실제로 개미를 연구하던 도중, 개미떼 때문에 죽음의 위기를 맞았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애드몽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인물의 특성은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은연중에 자신을 소설속에 녹여내기를 원하였고, 그것을 개미를 연구하다 죽은 과학자애드몽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30년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서까지 개미를 연구하고, 이 소설을 집필하며 이야기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왜 하필 많은 주제들 중에서, ‘개미라는 하찮아 보일 수 있는 동물이 소설의 주체가 되었으며, 한 인물이 한 평생을 바쳐 연구할 만한 주제가 되었을까? 우리는 이것들을 소설의 내용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시게 되시겠지만, 그건 당신이 기대하는 것이 전혀 아닐 게요.”

소설<개미> 1부의 첫 문장이다. <개미>1부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개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매개체로 생각할 수 있다. 개미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개미들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무질서하며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생각하던 개미는 체계적이고, 정교하며, 정돈된 사회구조를 보였다. 그들의 사회구조는 완벽한 분업을 이용하여 거의 완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보면 인간 세계의 사회 구조보다 더욱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어지는 2, 3부의 내용은, 개미가 인간들과 소통하게 되며 일어나는 사건이 주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개미의 문명을 본받아야 한다며 그들 만의 혁명을 일으키기도 하고, 반대로 어떠한 개미들은 인간의 문명을 본받아야 한다며 그들 만의 신앙 손가락을 추앙한다. 몰론 반대되는 세력 또한 존재하였다. 어떠한 사람들은 개미를 하찮은 존재로 여기며 그들을 몰살하려 하고, 이 상황에서 일부 개미들은 그러한 상황에 맞서 인간들을 죽이기에까지 이른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이 2,3부의 내용의 주를 이룬다.

 웃기지 않은가? 우리는 다들 개미를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였지만, 이 소설에서 그들은 인간들과 견줄 만큼의 힘을 가진 존재, 더 나아가 인간들에게 본받음을 받는 존재로까지 나아간다. 단지 이 소설 한 권을 통해, 우리에게 하찮은 존재로 인식되어왔던 것들이 본받음을 받는 존재로까지 나아갔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하찮게 생각하고 있던 존재들은 무엇인가?

 우리들은 타 문명을 이해할 때, 우리만의 기준, 우리만의 잣대, 우리만의 도덕성으로 그들을 평가한다. 우리의 도덕성에 그들이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도덕성은 결여되었다고 간주된다. 또한 그들의 문화가 우리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그들의 문화는 잘못된 문화로 간주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잣대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의 잣대와 도덕성은 절대적이며, 그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왜 타 문명과 타인을 이해할 때 우리만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의 마무리에서, ‘개미인간의 접촉은 살충제로 마무리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타 문명에 대한 이해가 외부의 강압적인 힘에 의해 무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문명은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였고, 증오하기도 하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수많은 반응들은 살충제하나에 의해 의미가 사라지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은 타 문명에 대해 이해와 존중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1=3, 어쨌든, 나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는 소설에서 에드몽의 책 이름이 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짓게 되었는지 얼핏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함부로 타인과 타 문명을 평가할 수 없으며, 가치를 부여할 수도 없다. 만약에 평가할 만한 것들이 존재한다면, 그것들을 평가하고 있는 자기자신을 먼저 평가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때 비로소 ’, ‘우리와 다른 것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마치며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한다.

 

당신에게 개미란, 어떠한 존재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