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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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이라고 하기엔 문장의 완성도와 이야기의 탄탄한 구조 그리고 치명적인 메시지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원숙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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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House - 하우스와 테크노가 주류를 뒤흔들기까지 1977-2009
이대화 지음 / 엠스퀘어코리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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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출간된 일렉트로닉 음악 관련 서적 중 가장 독보적인 내용을 지닌 책이다. 책의 편집과 일러스트와 사진까지 시크한 감각이 돋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대중 음악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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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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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남자의 쓸쓸한 인생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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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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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은 ‘사람들에게는 각자 주관적 시간이 존재하며, 이 시간은 기억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에 존재할 수 있다.’ 고 했다. 즉, 과거를 현재와 연결할 수 있는 ‘기억’의 존재로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 개념을 지속시킨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기억의 방식이 같은 인간은 모두 같은 시간 개념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장강명의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인간의 시간 개념을 강조한다.

 

 “오직 인간만이, 시간을 한쪽 방향으로 체험하지.(…)모든 사건을 한쪽 방향으로. 단 한 번씩만 경험하니까. 하지만 그래서 어리석기도 해.”(11쪽)

 

 오래전부터 ‘소설’이라는 허구적 실재를 서사하는 예술은, 인간이 지닌 일방향성의 시간 개념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소설 속의 시간이 과거이거나 미래이거나, 우리는 항상 소설의 서사를 통해 주인공과 함께 소설 속의 ‘현재’를 살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있다. 남자는 동창생 영훈을 살해한 대가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여자도 남자와 같은 학교를 다녔다. 둘은 교지에 실렸던 남자의 소설 <그믐>을 통해 소통했고 시간이 흐른 후에 소설 <우주 알 이야기>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영훈의 어머니가 있다. 자신의 아들 영훈은 남자를 괴롭힌 가해자가 아니라는 믿음. 그 믿음을 동력으로 남자의 뒤를 집요하게 뒤쫓는다.

 

 소설의 서사가 진행될수록 독자는 이 소설에서 마주하는 현재가, 실은 남자가 학창시절에 썼던 <그믐> 인지 <우주 알 이야기> 인지 <현수동 이야기> 인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에 빠져든다. 일방향성의 시간개념은 자꾸만 뒤틀리면서 이 소설만의 독창적인 구조를 탄생시킨다. 마치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는 ‘정삼면체’라는 개념이 이 소설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영훈의 어머니라는 3인물의 기억이, 소설의 서사를 통해 현재라는 개념으로 축적된다.

 

 “화자가 하는 말이 그렇게 다 거짓말이었던 게 반전이면 그건 너무 안이하지 않냐는 거야.” (31쪽)

 

 남자는 영훈의 어머니의 칼에 찔려 죽는다. 그리고 남자는 죽기 전에 영훈의 무고함을 고백한다. 독자들이 소설의 서사를 통해 기억하는 진실은 결국 모두 거짓으로 판명난다. 단순히 ‘서술 트릭’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 장강명 작가가 이런 구조를 선택한 것일까? 아니다, 그건 너무 안이한 결론이다. ‘보통의 시간 순서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서사와 결말을 중시하기(144쪽)’ 때문에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의 구조적 미학은 주제를 향한 선험적 행로다.

 

 작가의 전작 <열광금지, 에바로드>의 주인공 종현의 말처럼 ‘비록 세계가 끝나더라도 이건 해피엔딩’이라는 감상에 젖은 남자와 여자를 축으로 돌아가는 서사는, 그래서 너무나도 ‘중2병’ 스러운 <우주 알 이야기>일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살인사건과 영훈 어머니의 복수에 관련된 서사는, 남자가 교지에 투고했던 <그믐>일 것이다. 그리고 여자의 가정사와 ‘헬조선’의 현실 그리고 마포구의 역사를 짚어가는 서사는 <현수동 이야기>다. 이 3가지 이야기가 3명의 화자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중첩되면서 만들어 내는 서사구조 자체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나의 시간을 살고 싶어(161쪽)”

 

 남자의 소원은 바로 자신만의 시간을 살고 싶다는 것. 베르그송의 이론대로라면 자신만의 기억의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소원은 오늘날 우리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과 일치하는 것 같다.

 

 과거로 인해 현재가 결정되어 버렸다고 믿는 우리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려 안달복달 하는 우리들은, 과거에서 현재로 나아가는 일방향성의 시간 개념의 세상 속에서 각자의 지옥불반도(aka 헬조선)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가 언제 지옥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지옥은 사실 우리에게 머지않아 닥쳐올 지옥의 현현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현재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세계를 기억하는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것인가? 과거는 우리의 살을 규정할 수 없고 기억은 희망에 부푼 미래부터 시작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의 과거는 여전히 중2병으로 기억되고, 나의 현재는 비록 헬조선이지만 결국 우리가 기억하게 될 미래는.

 

 해가 뜨기 전 동쪽하늘에서 아주 잠깐 보게 될 그믐달과 같은 자유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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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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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제목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된다. 속죄와 구원과 자유에 대한 작가의 안목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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