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
서경식.타카하시 테츠야 지음, 김경윤 옮김 / 삼인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20세기는 전 인류적으로 전쟁과 폭력의 세기였다. 그래서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여 이전의 암울했던 과거를 넘어서 평화, 자유, 평등의 새 시대를 맞고자 하였다. 일본은 위에서 말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전쟁희생자들의 증언과 그들에 대한 기억을 무화시키려 하였다. 일본의 내셔널리스트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일본의 침략전쟁, 식민지 지배라는 과거의 역사는 현재 시대의 진보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며, 자기들의 안락한 생활에 의문을 제기하는 ‘불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의 상흔은 21세기인 지금까지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과연,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망각하는 것이 암울한 과거의 지배를 끊고 새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인 것일까. <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에서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 위해서 국가와 국민이 진정으로 무엇을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다카하시 테츠야와 ‘재일 조선인’ 2세 서경식 씨가 대담을 통해 풀어 나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책은 20세기에 발발한 전쟁의 기억을 훑으면서 일본 우파 논리를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먼저 ‘기억과 증언’이라는 테마로 접근한다. 20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한 정치 폭력의 시대였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폭력의 상흔이 있고 그에 대한 기억이 있지만, 이러한 기억 자체가 은폐, 부정, 왜곡, 말소라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피해 ‘기억’을 증언하는 증인들이 역사의 어둠 속에서 드러나고, ‘자연적인’ 시간의 축에 맡기고 ‘역사화’하려는 폭력에 대한 기억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두 번째로 ‘애도와 심판’에서는 과거의 지배를 끊어내려는 애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용기를 가지고 직시하여 비판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비판적 판단을 내린 결과 그에 대한 사법적인 심판의 문제도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책임과 주체’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책임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책임은 타자로부터 요청 또는 호소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에 대한 응답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일본 국가는 구 일본제국이 범한 죄책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으면서, 전후에 태어난 일본 국민은 국가의 주권자로서 이 법적 책임이 이행되도록 하는데 특별한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네 번째로 ‘단절과 연대’에서는 20세기는 ‘단절의 시대’였음을 강조한다. ‘지코추’같은, 즉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이 진짜이며, 진실이라고 말하는 논리로 증인의 모습을 보지 않고 증언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하는 태도를 꼬집는다. 그러면서, 공통의 척도를 형성하여 과거 식민지 지배나 침략 전쟁에 대한 공통의 판단을 형성하고, 과거 일본이 만들어 낸 단절선을 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임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상황 그 후’에서는 앞의 대화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시간이 흐른 현재 이 시점에서 보았을 때 문제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으며, 비판적 구상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며 마친다.

일본이 과거에 자행한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 일은 하루 전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역시 점점 개인화, 파편화 되면서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일에 대해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준 일은 아니라는 점 때문에 피해자 당사자를 제외한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실태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점점 과거에 자행된 일로 인해 피해 받은 사람들의 모습과 증언에 귀 기울이지 않고, '단절‘의 상태에 접하려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올바르게 암울한 과거의 사슬에서 벗어나 진정한 도약의 길로 접어들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음에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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