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이론
폴 리쾨르 지음, 김윤성 외 옮김 / 서광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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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본 Interpretation Theory(1976)를 번역한 책이다.(리쾨르는 프랑스인이지만, 이 책은 영어로 쓰여졌다. 텍사스 기독교 대학에서 행한 강연록이라 그렇다는데, 그의 모국어인 불어로 소개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의 다른 저서 '해석의 갈등(1969)'이 현상학, 정신분석학, 구조주의 등의 연관 속에서 해석학을 소개한 것이라면, 이 책은 오로지 text에 관한 해석학만을 주제로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분량도 200쪽 안쪽이어서, 뒷부분에 있는 역자들의 사족만 빼면 170쪽 남짓이니, 부피감은 적은 편이다(영문 원서는 100쪽이 채 안된다). 

 

해외철학서의 특징이라면, 원서로 읽으며 알수가 없고 번역서로 읽으면 더욱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책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역자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외국인들의 사유 체계를 우리 언어로 옮기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리쾨르적으로 말하자면, '화자-말하기-쓰기-읽기-듣기-청자'의 관계에서 번역자라는 단계를 한번 더 거치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가지 고마운 것은 역자들이 중간중간에 낯선 용어에 대해서 역자주를 달아주어 해석학의 초심자들에게는 다소간의 가이드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리쾨르에게 익숙한 독자에게는 귀찮은 사족일 테고)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예를들자면 다음의 것들이 그렇다. 

 

역자들은 원본의 모든 문장을 다 번역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으나, 몇군데 번역을 빼먹은 곳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p.65의 윗단락 마지막 부분,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원전 p.30의 3-6번째줄이 빠져있다.(The text's career.....wrote it.") 번역이 어려워서 빼먹은 것은 아닌 듯하고 실수인듯하다. 좀더 꼼꼼한 번역이 필요하다.    

 

p.53의 3번째 줄, '그러나 이 사건은 의미로서의 의미에서 자신의 구조를 획득한다'라고 번역하였는데, 누가 봐도 이게 무슨 뜻인지 알수가 없을 게다. 정확히 말하자면, 앞의 의미는 sense를 이르는 것이고 뒤의 의미는 meaning을 말한다. 원어로 구분해서 표시해 주는 것이 좋겠다.(역자 주 13에서는 "두 용어가 함께 나오거나 변별할 필요가 있을 때는 영어 원어를 부기하였다"라고 했는데 이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

 

번역문 중에 가장 궁금한 것은 pp.44-5에 나오는 괄호 친 원어 병기이다. '정서적(émotive), 시적(poétique), 메타언어적(métalinguistique), 교감적(phatique), 지시적(référentielle)등이 불어로 표기되었는데, 원서(p.15)에는 모두 영어로 표기되어 있는 것들이다. 이 책의 원본은 앞서 말한대로 영어로 쓰여진 것인데 어떻게 번역문이 원어를 불어로 병기한 것인지 알수가 없다.

 

리쾨르의 text 해석학에 대하여 알고 싶은 독자라면(현상학적인 부분은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해석의 갈등'에 앞서 이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다만, 꼼꼼히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원문과 병행하여 읽으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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