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본 재미있는 책

진단명 사이코패스 -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이상인격자
로버트 D. 헤어 지음, 조은경.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2월

한줄평 : 재미있다.



원래 성격이 비뚤어져서 이런 얘기들 보는거 꽤나 좋아한다. 살인. 강간범들의 자기고백.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인성을 분석해놓은 그런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좀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일까.

이 책은 조금은 생소한 용어인 사이코패스라는 용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주를 이룬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일반적인 정신병적인 사람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이런 사람들의 행태는 어떻고 말하는 방식은 어떠한지.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하고, 이런 사람들을 골라낼 수 있는 직관적인 방법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우선, 사이코패스의 증세를 보이는 인간은 어떤 종자들인지를 살펴볼작시면. 간단히 말하자면 마음이 비뚤어져서 자기가 저지르는 일에 대해 어떤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종자들이다. 자신의 아이들을 살해하고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인네부터, 수십명을 강간하고 살해했으면서 자신이 죽인 이들이 죽어가는 꼴이 너무나도 추하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런 사람들까지. 이런 이들은 일반적인 정신분열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각종 정신병으로 인해 사고를 저지르는 이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범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반면,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범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그에 대한 어떤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집에 지갑을 두고 나왔는데 집까지 돌아가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편의점을 털고, 자기가 기운이 빠져 섹스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자기의 여섯살 난 딸아이를 성추행하라고 허락해주며 그에 대한 항변으로 "내 자식은 내 소유물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요"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꽤나 우리 주위에 널려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주요 요지가 되겠다.

헌데 사이코패스가 폭력적인 양상으로만 드러난다면 차라리 나을런지도 모른다. 알아서 피할 수가 있을 수는 있잖은가. 이런 유형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어떻게든 얻어내고 만다. 그리고 그 얻어내는 수단으로 폭력을 이용하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위에 써놓았다면, 지금부터 얘기할 종자들은 그 수단으로 말과 외모를 이용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런 자들의 범죄 양상은 주로 결혼사기나 금융사기 의 형태로 드러난다. 이 책에 의하면, 이런 종자들은 외로워하는 사람들을 기막히게 잘 찾아낸다고 한다. 그렇게 다가간 후 상대방에게서 돈과 섹스를 미련없이 뜯어낸 이후에 그 사람이 더 이상 자기가 원하는 걸 주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그 순간 홀연히 떠나버린다. 책임감? 이 사람들에게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최우선적인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자신의 욕구와, 자신의 영달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접근한 이후, 잘 생긴 얼굴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은 다음,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지만 어쨌거나 번지르르한 말들로 위장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쟁취해내고 만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러면서도 전혀 죄의식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그런고로, 이 사람들은 감옥에 수감되면 감옥의 죄수들을 언변으로 구슬려 자신에게 충성하게 만들며, 출소 후에도 재범률이 상당히 높다.

이런 사이코패스들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 책에서는 눈빛을 얘기하고 있다. 순간순간 굉장히 차가워지는 눈빛. 혹자는 마치 파충류의 눈 같다고 말했으며 혹자는 어류의 눈 처럼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그런 눈을 사이코패스가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사이코패스를 판별하는 보다 전문적인 방법도 있으나 이 책에서는 그에대해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사이코패스를 판별하는 방법은 섣불리 시도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들에게 속아서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해 준 후 내동댕이쳐지기 싫으면 알아서 잘 그런 사람들을 골라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요 요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한다.

감상..은. 역시 재미있다.
원체 범죄관련된 것들도 좋아하는 데다가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얘기하는 것들도 꽤나 좋아하다보니 꽤나 오랫만에 흥미롭게 읽은 책. 바다출판사에서 이런 책들이 계속 나와서 너무 좋다. 우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