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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ner Stands Alone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파울로 코엘료 지음 / Harper Collins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파울로 코엘료는 글을 쉽게 쓴다. 그리고 재미있다. 처음 ‘승자는 혼자다’ 라는 책에 대해 들었을 때 너무 신났다. 깐느 영화제, 배우, 모델, 연쇄살인, 한 여자에 대한 사랑. 파울로 코엘료가 썼으니까 재미있겠지? 어떻게 얘기를 풀어나갈지 너무 궁금했다.

파울로 코엘료는 소박한 옆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인생은 이런 거란다.’ 라고 자상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책의 배경은 깐느 영화제이고, 사이코 연쇄살인범이며, 등장인물들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수퍼클래스 Superclass’ 라는 상류층 계급이다. 아니, 최상류층이라고 해야 정확할까?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다. 편안한 니트에 골덴바지를 입고 있을 사람이 정장에 넥타이를 하고 불편해하는 느낌이었다. 파울로 코엘료랑 안 어울린다. 내용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아니고, 계속 독자들은 이런 최상류층 사회에 대해서 모르니까, 살인에 대해서 모르니까, 설명을 해야하는 느낌이 작위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미드의 코드들을 다 집어넣은 것 같다.

사실 처음에 야망있고, 돈 많은 최상류층들이 세상을 주무르는 과정은 흥미롭게 읽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연쇄살인범과 그 최상류층을 엮어야 하는데, 연쇄살인범이 범행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살인을 통해서 연쇄살인범도 큰 흥분을 못 느끼고, 주변 사람들의 동요를 잘 잡지 못해내면서 점점 전체적인 내용이 지지부진해졌다. 
 

 

 

 

- What being normal means;
1. Normal is anything that makes us forget who we are and what we want; that way we can work in order to produce, reproduce, and earn money.
2. Setting out rules for waging war (the Geneva Convention).
3. Spending years studying at university only to find at the end of it all that you’re unemployable.
4. Working from nine till five every day at something that gives you no pleasure at all just so that, after thirty years, you can retire.
5. Retiring and discovering that you no longer have enough energy to enjoy life and dying a few years later of sheer boredom.
6. Using Botox.
7. Believing that power is much more important than money and that money is much more important than happiness.
8. Making fun of anyone who seeks happiness rather than money and accusing them of “lacking ambition.”
9. Comparing objects like cars, houses, clothes, and defining life according to those comparisons, instead of trying to discover the real reason for being alive.
10. Never talking to strangers. Saying nasty things about the neighbors.
11. Believing that your parents are always right.
12. Getting married, having children, and staying together long after all love has died, saying that it’s for the good of the children (who are, apparently, deaf to the constant rows.)
12a. Criticizing anyone who tries to be different.
14. Waking up each morning to a hysterical alarm clock on the bedside table.
15. Believing absolutely everything that appears in print.
16. Wearing a scrap of colored cloth around your neck, even though it serves no useful purpose, but which answers to the name of “tie.”
17. Never asking a direct question, even though the other person can guess what it is you want to know.
18. Keeping a smile on your lips even when you’re on the verge of tears. Feeling sorry for those who show their feelings.
19. Believing that art is either worth a fortune of worth nothing at all.
20. Despising anything that was easy to achieve because if no sacrifice was involved, it obviously isn’t worth having.
21. Following fashion trends, however ridiculous or uncomfortable.
22. Believing that all famous people have tons of money saved up.
23. Investing a lot of time and money in external beauty and caring little about inner beauty.
24. Using every means possible to show that, although you’re just an ordinary human being, you’re far above other mortals.
25. Never looking anyone in the eye when you’re traveling on public transport, in case it’s interpreted as a sign you’re trying to get off with them.
26. Standing facing the door in an elevator and pretending you’re the only person there, regardless of how crowded it is.
27. Never laughing too loudly in a restaurant however goo the joke.
28. In the northern hemisphere, always dressing according to the season: bare arms in spring(however cold it is) and woolen jacket in autumn(however hot it is).
29. In the southern hemisphere, covering the Christmas tree with fake snow even though winter has nothing to do with the birth of Christ.
30. Assuming, as you grow older, that you’re the guardian of the world’s wisdom, even if you haven’t necessarily lived enough to know what’s right and wrong.
31. Going to a charity tea party and thinking that you’ve done your bit toward putting an end to social inequality in the world.
32. Eating three times a day even if you’re not hungry.
33. Believing that other people are always better than you – better-looking, more capable, richer, more intelligent – and that it’s very dangerous to step outside your own limits, so it’s best to do nothing.
34. Using your car as a weapon and as impenetrable armor.
35. Swearing when in heavy traffic.
36. Believing that everything your child does wrong is entirely down to the company he or she keeps.
37. Marrying the first person who offers you a decent position in society. Love can wait.
38. Always saying, “I tried” when you didn’t really try at all.
39. Postponing doing the really interesting things in life for later, when you won’t have the energy.
40. Avoiding depression with large daily doses of television.
41. Believing that you can be sure of everything you’ve achieved.
42. Assuming that women don’t like football and that men aren’t interested in home decoration and cooking.
43. Blaming the government for all the bad things that happen.
44. Thinking that being a good, decent, respectable person that others will see you as weak, vulnerable, and easy to manipulate.
45. Being equally convinced that aggression and rudeness are synonymous with having a “powerful personality.”
46. Being afraid of having an endoscopy (if you’re a man) and giving birth (if you’re a woman). 
 

 

 

 
“It means thinking about just one thing day and night, going to places uninvited, shaking hands with people you despise, phoning once, twice, ten times until you get the attention of people who aren’t worth half of what you are, who don’t have half of your courage, but who’ve reached a certain position and are determined to take out on you all their domestic frustrations by making your life impossible…”
“… it means only finding pleasure in pursuing your dream, having no other diversions, finding everything else deadly dull, and ending up destroying your family.” (1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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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의 스페인 기행
지아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 지음, 이재형 옮김 / 예담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스페인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하는데, 사실 읽기가 쉽지 않았다. "스페인의 역사" 이런 류의 두꺼운 입문서를 읽기전에 쉬운 소설 같은 책은 없을까 둘러보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들어서 잠시 내용을 보니, 카사노바가 18세기에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만난 여자들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오호라, 바로 이거야! 내가 찾던 거지! 스페인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스페인 문화도 배워가고, 그 당시 시대상황도 엿볼수 있겠구나~

 

베네치아 출생으로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인텔리였으며,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든 사람들의 환대를 받고, 평생 천 명이던가? 의 수많은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던 카사노바. 인간적으로도 끌리는 이 사람이 펼쳐놓을 스페인의 문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니 이 책을 당장 읽고 싶어졌다.

 

게다가 책장을 열자마자 나오는 '옮긴이의 글 - 카사노바, 호색가 너머의 삶을 좇아' 를 보면 더더욱 이 책을 읽고 싶어진다.

 


카사노바 연구가인 에블린 하메그니스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만국공통어였던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놀랄만큼 끈기있게 그 당시의 가장 견식있는 계층으로 슬그머니 끼어들어갔다. 어디를 가나 그는 꼭 자기 집에 머무르는 것처럼 편안했다. 공기처럼 자유롭고 모든 민족적 편견에서 벗어난 그는 터키의 석학과도, 쾰른의 선거후와도, 암스테르담의 유대인 선주와도 공개적인 토론을 벌였다." 낯선 곳에 가도 그는 이방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가 속한 그 드넓은 나라에는 국경이 없었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프랑스어로 말하고 생각했다. 그 나라는 '대화와 우아(優雅)의 유럽'이라고 불렸다."(리디아 프렘의 『카사노바 혹은 행복 연습』중에서)하지만 새로운 사회에 금세 적응하면 뭐하겠는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결코 그를 같은 장소에 붙잡아두지 못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구두끈을 매어 도망치고, 탈출하고, 말에 박차를 가하고, 국경을 통과한다.

(......)

군인, 밀정, 외교관, 작가, 모험가, 그리고 가장 유명한 호색가로서의 그의 명성을 확립시킨 그의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는 그가 122명의 여인과 벌인 흥미로운 연애담을 들려줄 뿐만 아니라 18세기의 풍습과 생활을 탁월한 솜씨로 상세하게 묘사한다. 그는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영국에서 러시아에 이르는 18세기 유럽 사회를 꼼꼼하게 묘사하였다. 또한 그는 매춘부에서 명문귀족에 이르는, 화장실에서 사실에 이르는, 부두에서 궁궐에 이르는 모든 것을 세심하게 기록하였다. 그의 묘사는 다른 모든 에로틱 작가들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 따라서 온갖 부류의 인간형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그 어떤 18세기 소설보다 더 깊이 있게 우리를 매료시킨다. (5-7쪽)

 

이 때만해도, 이 책을 읽으면 매력적인 카사노바의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에 설레였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 책이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꺠닫는다. 카사노바는 1767년 말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 이 때 그의 나이는 마흔 둘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슬슬 늙어가고, 여자들도 예전처럼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씁쓸해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건만 들릴락말락 한숨만 나왔다. 샤를로트가 내 가슴에 남겨놓은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이제는 여자들이 옛날처럼 그렇게 나를 환대하지 않는 것을 보니 마음이 영 쓰렸다. (56쪽)

 

이 글을 읽으니 얼마나 서글픈지. 여자들의 외모만 세월 속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자들의 외모도 점점 매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천하의 카사노바도 자기가 늙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읽다보면 이 책의 제목이『카사노바의 스페인 기행』보다는 『카사노바의 스페인 굴욕』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사노바의 스페인 기행은 다사다난했다. 구설수, 감옥 투옥, 시기와 질투 등으로 얼룩진 스페인 여행기는 이미 절정의 시기를 지난 카사노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젊은 시절의 카사노바는 참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단 사람이 굉장히 똑똑하고, 스스로도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도 똑똑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연애에 있어도 여유있고 느긋하다. 안달복달하는 아마츄어같은 모습은 없다. 단지 정확한 타이밍을 노리는 노련함이 있을 뿐이다.

 

카사노바의 관찰력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역시 언어에 일가견이 있어서 그런지, 스페인의 도시이름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과달라하라와 알칼라를 거쳐 마드리드까지 가는 동안 나는 앞으로 내가 머무르게 될 나라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다. 과달라하라와 알칼라! 오직 아(a)라는 모음밖에 안 들리는 이 단어들, 이 이름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것은 스페인을 수세기 동안 지배했던 모르 족의 언어가 이 나라에 남겨놓은 수많은 흔적 중 하나이다. 아랍어가 '아' 투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학자들은 '아'가 모든 모음들 중에서 가장 쉽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아랍어야말로 모든 언어들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음이 틀림 없다는 결론을 끄집어냈다. 그러므로 알라, 아찰라, 아란다, 알마다, 알라마타, 알바다라, 알칸타라, 알카라스, 알카발라 등 다른 모음은 없는 아름다운 스페인어 단어들을 세련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 이론의 여지없이 스페인어는 입술을 둥글게 하여 낭랑하고 활기차고 위엄있게 발음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가장 뛰어난 시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감미로움을 훼손시키는 세 개의 후음만 없다면 이탈리아어만큼이나 음악적이기까지 하다. (39,40쪽)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카사노바의 묘사는 굉장히 자세해서 그림을 보는 것 같은데, 그 묘사로 인해 '판당고'라는 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그것은 '판당고'라는 춤으로, 나는 내가 이 춤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큰 착각이었다. 나는 이 춤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극장에서만 봤는데, 여기서는 댄서들이 스페인 민족 특유의 동작을 취하지 않아서 춤 자체가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내 글솜씨로는 이 춤을 제대로 묘사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남녀 한 쌍이 서로 마주보고 춤을 추는데, 세 걸음 이상은 절대 떼지 말아야 하며, 캐스터네츠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박자를 맞추면서 음악에 따라 최대한 선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남자의 자세는 행복한 사랑의 행위를, 여자는 동의(同意)와 황홀, 쾌락의 도취를 보여준다. 내가 볼 때, 어떤 여자든 남자와 함께 이 춤을 추게 되면 그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64쪽)

 

하지만 한 편으로는 곧 스페인 여행을 떠날 나를 슬프게 하는 예리한 지적도 있었다.

 


이 나라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잘생긴 쪽보다는 못생긴 쪽에 가깝다. 하지만 여자들은 아주 예쁘고, 욕망에 불타오르고 있으며,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염탐하려고 주변을 얼씬거리는 자들을 속여넘기기 위한 계략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들은 과감하게 위험에 맞서고 도전하는 연인을 소심하고 공손하고 신중한 남자들보다 더 좋아한다. 물론 교태를 부려가며 이런 남자들을 붙잡아두려고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경멸하는 것이다. 그들은 눈으로 말하는 법을 완벽하게 터득해, 산책할 때나 교회나 공연장에서 맘에 드는 남자에게 이 유혹의 언어를 사용한다. 남자는 이런 점을 십분 이해하여 기회를 포착하고 이용할 수만 있다면 분명히 성공을 거둘 수가 있다. (44쪽)

 

뭐 하지만 다들 안토니오 반데라스처럼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못생겼다" 라는 말은 참... 예리하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점은 스페인은 정열의 나라이고, 개방적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남녀관계에 대한 규율이 많았다는 점이다. 판당고라는 춤도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하고, 일반적으로 사회적인 시각이 성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게 좀 놀라웠다. 어쩌면 억압은 스페인의 역사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성에 대한 것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무어인으로부터의 억압, 가톨릭 억압, 파시스트의 억압 등등... 그래서 판당고나 플라멩코와 같은 정열적인 춤으로 자신들의 억압된 감정을 분출했는지도 모르겠다.

 

판당고는 도대체 뭐야? 가이드북에서는 못봤던 건데... 이것도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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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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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가지 버전의 '벤자민 버튼'이 쏟아져나왔다. 판본마다 번역은 조금씩 달랐는데, 목차만 봐도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있다. 그 많은 판본 중에 펭귄클래식의 '벤자민 버튼'을 선택한 것은 영어 원본을 준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끼워팔기 상술에 약한, 현명한 소비자라고 자부하지만, 회사의 공짜전략에 휘둘리는 녀자인 것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앞에 작가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서문'이라는 제목 아래에 22쪽에 달하는 작가 소개는, 논문 한 편을 읽고 시작하는 느낌을 주었다. 우연히도 나는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는데, 짧고 빨리 읽혀지는 것에 비해서 이해하기가 힘들고, 정리된 느낌이 없었다.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내 느낌을 정리하고, '벤자민 버튼'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피츠제럴드와 재즈시대 이야기. 재즈시대 (Jazz Age)는 1918-1929의 시기로 제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대공황이 오기 전의 시기라고 한다. 미국 주식시장의 가격이 치솟고, 전통적인 가치가 몰락하면서 사람들은 자유롭고, 예술과 신기술등에 열광하게 된다. 피츠제럴드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이런 시대에서 호사로운 인생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자주 등장하는 요소로는 예일, 옥스퍼스,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교 혹은 사립 고등학교에서 받은 교육, 배경 도시로는 뉴욕, 그리고 사교를 위한 파티 등이 있으며, 이는 주인공을 더욱 매력적인 요소로 부각시킨다.

 

이 책의 단편 11편은 이런 작가의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매력적인 주인공들과, 작가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심리묘사는 소설을 더욱 흡입력있게 만든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단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는 영화와는 많이 다른 줄거리다. 영화는 벤자민 버튼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렸을 때는 나이 차이를 느끼다가, 30대 언저리 어느 순간 서로의 나이가 맞아서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순간이 있고, 그러다가는 서서히 어긋나게 된다는 연애담이다. 하지만 원작인 소설에서는 그런 순애보 같거나 애절한 사랑은 없다. 여주인공인 힐데가르드는 처음부터 나이 차이가 많은 벤자민 버튼의 늙은 모습 그대로와 사랑에 빠진다.

 


"나는 당신 연배의 남자들이 좋아요." 힐데가르드가 말했다.

"젊은 남자들은 너무 멍청해요. 대학에서 얼마나 샴페인을 많이 마셨는지, 카드 게임을 하다가 돈을 얼마나 잃었는지 저에게 얘기하죠. 당신 나이 남자들은 여성의 가치에 감사할 줄 알아요."

벤자민은 금방이라도 프러포즈를 하고 싶은 자신을 느꼈지만, 애써 그 충동을 삼켰다.

"당신은 아주 낭만적인 나이이지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쉰 살. 스물다섯 살은 너무 처세에 능하고, 서른 살은 과로로 활기가 없는 편이죠. 마흔 살은 온갖 사연들이 많은 나이라 시가 한대를 다 피우며 이야기를 해야 하고요. 예순 살은, 아, 예순 살은 거의 일흔이잖아요. 하지만 쉰 살은 원숙한 나이이지요. 나는 쉰 살을 사랑해요."

벤자민에게 쉰 살은 영광스러운 나이로 생각되었다. 그는 쉰 살이 되기를 열정적으로 갈망했다. (270, 271쪽)

 

하지만 벤자민이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혹은 어려짐에 따라서 벤자민은 점점 나이가 들어 빛바래가는 아내에 대한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다.

 


... 벤자민 버튼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걳은 아내가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 힐데가르드는 서른다섯의 여인이었고 열네 살짜리 아들 로스코도 두고 있었다. 결혼 생활 초기에는 벤자민도 그녀에게 큰 애정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의 꿀빛 같던 머리는 지루한 갈색이 되었고, 푸른 애나멜 같던 눈은 싸구려 도기 그릇처럼 되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그녀는 자신의 방식에 너무 안주하고 있었다. 너무나 평온하고 자기만족적이었고 열광하는 일이 부족했으며 취향도 너무 수수했다. 새 신부였을 때 그녀는 벤자민을 '끌고' 댄스파티와 저녁식사 자리들을 다녔지만,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남편과 함께 사교 모임을 다녔지만 아무런 열정도 없었고, 이미 우리들에게 오게 마련인, 그러고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 머무르게 되는 그 영원한 무기력에 함몰되어 있었다. (274, 275쪽)

 

아... 이 문단은 참 읽기가 힘들었다. 영화에서 싸구려 모텔같은 곳에서, 침대에 누운 젊은 브래드 피트가 브래지어를 주섬주섬 입는 케이트 블란쳇을 뒷모습을 보는 장면이 있었다. 케이트 블란쳇의 뒷모습은 등살이 쳐진 탄력없는 모습이었다. 얼굴 표정에서도 예전과 같은 생기가 아니라 슬픔과 아쉬움이 감돌았다. 그런데 난 이 때 브래드 피트의 표정이 너무 잊혀지지가 않는다. "내가 사랑하던 여자가 저런 늙은 모습이라니~"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나이는 비슷하지만 외모때문에 서로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벤자민이 힐데가르드를 떠나지 않는다. 대신, 어려보이는 나이때문에 장교로서의 커리어를 쌓기는 커녕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어려보이는 나이에 맞추기 위해 하버드에 진학하고, 그 이후에는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그런 아빠의 모습을 경멸하는 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라는 말.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되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가. 이 책을 보면서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구나, 우리나라가 외모지상주의라는데, 다들 비슷비슷하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는 '노동절'이라는 작품이 좋았다. 한 때는 단짝으로 돈을 뿌리면서 즐겼던 친구가, 자신의 처지가 가난해지면서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가 낙오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과 냉정함을 애써 감추면서 부드럽게 자신을 거절할 때. 자신의 주변에 남은 것이라고는 초라하고 경박한 여자 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주인공인 고든은 자살을 선택한다. 사실 한 명이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하지만 예일을 졸업하고, 상류 사교파티 안에 자신의 미래를 꿈꿨던 한 젊은이는 자신의 현실과 꿈의 괴리를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에디스라는 여자는 고디를 사랑했던 여자였는데, 이 여자는 노동절 밤에 자신의 눈 앞에서 폭동에서 흥분한 어떤 사람에 의해 오빠의 다리가 부러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을 찾아나서는데, 이 파트가 잘 이해가 안 됐다. 아마도 가난하고 우울한 고디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처럼, 오빠의 신체가 불구가 되면 오빠를 사랑할 수도 없을 것이므로, 그 이유를 찾는다는 것일까?

 

'낙타의 뒷부분', '오! 빨간 머리 마녀' 도 반전의 재미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스콧 피츠제럴드는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 시대의 삶을 밝은 색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정말 독자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같다. 이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 상황이 더 궁금해졌고, 더 많은 재즈시대에 관련된 책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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