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윙스
얀 지음, 로맹 위고 그림, 박홍진 옮김 / 길찾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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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얀과 로맹 위고 콤비가 그려내는 그래픽 노블의 지대한 팬이다. 틈틈이 주기적으로 그의 웹사이트나 SNS를 확인하며 새소식이 없나 자주 기웃기웃거리는 편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독특한 컷을 몇 개 보았다. 군복을 입은 여성 파일럿과 미육군항공대의 P-40전투기, 일본육군항공대의 Ki-43 전투기들을 위시해 파이퍼 연락기, 그리고 동남아 지역으로 보이는 배경  등이 등장하는 컷이었고, 이내 그동안 그의 주요작품의 무대로 등장하던 1,2차대전의 유럽전선에서 벗어나 다른 전장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준비중이구나 하는 예측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훌쩍 시간이 지난 지금, 그 결실로서 다가온 작품이 로맹 위고가 그림을 담당하고, 줄거리를 얀이 담당한 협업의 결과물인 두 권의 엔젤윙스 시리즈 ( 엔젤윙스 -'버마밴시'와 엔젤윙스 2)이다. 


엔젤윙스는 제목이 나타내듯, '여성조종사' 즉, 엔젤윙스-버마밴시 작품의 표지에도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WASP(미국여성항공비행단: 민간비행조직)의 안젤라를 주인공으로 진행되는 태평양전선의 대서사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엔젤윙스-버마밴시에서는 CBI(중국-버마-인도)전선을 무대로 버마밴시들, 즉 버마 전선의 P-40 조종사들과 안젤라를 중심으로, 엔젤윙스-2에서는 무대를 태평양/일본으로 옮겨 그 이후 부터 일본 패망 직전의 시점까지 이야기가 진행된다. 안젤라는 표면으로 드러나는 WASP 파일럿이라는 신분 말고도 또 하나의 비밀스러운 신분이 있으며 이는 엔젤윙스의 줄거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줄거리는 수송기를 비롯해 다양한 비전투용의 항공기를 조종하는 안젤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전형적인 미국의 '로맨스가 가미된 전쟁영화 '스타일이며 여기에 음모(항상 그렇듯 이건 대단히 중요한 소재이다. 때로는 복선을 야기하기도 하는), 반전, 그리고 생생하게 그려진 공중전이 등장한다. 그리고 성인용의 표현과 장면도 간간히 등장하며, 내용의 시점이 2차대전중인지라 여성의 권리나 존중에 대한 시각이 현재와는 꽤 다르며 그러한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보아야할 것이다. 이는 당시의 현실이 그러했기에 작품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며 여기에 대해서 왜곡된 시각을 들이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엔젤윙스에서는 2차대전 태평양전선에서 흥미로웠던 소재들, WASP, 험프 수송, 미국과 일본의 다양한 전투기, 수상전투기, 야간전투기, 수상전투기들의 공중전, 전선위문공연, 미국과 일본의 비밀병기, 지역 민간인 지원군들과의 공조, 그리고 원자폭탄의 개발과 실전, 미국의 전시상황 등 이렇게 폭넓고 다양한 소재가 이 두 권안의 줄거리에 골고루 등장한다.  거꾸로 말해서, 이러한 소재들을 짧은 내용안에 모두 등장시키다보니 다소 줄거리의 흐름면에서 개연성이 없게 느껴지는 것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제한된 지면상에서의 흐름이라는 점에서는 어쩔 수 없었겠으며 이것이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것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이 두 권의 엔젤윙스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림과 그 디테일이었다.

요즘 코믹스의 화풍과는 달리, 로맹 위고의 화풍은 다소 수십년전의 만화에서 보여지던 복고풍 화풍의 느낌을 준다. 대비가 선명한 톤과 화려하기까지한 생생한 색채와 뚜렷한 선들. 빛의 처리에 있어 꽤 강렬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라, 요즘의 영화중 40~50년대를 묘사하는 미국의 레트로풍 영화들의 색채 그대로여서 두 권의 책을 다 보고, 덮은 뒤에라도 머릿속에 남는 잔상은 꽤 생생하다.!  


그림을 담당한 로맹 위고는 본업인 그래픽노블 작가/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조종사자격증을 갖추고 실제 비행이 가능하며, PC 비행시뮬레이션의 팬이기도 하거니와 에어쇼 현장에도 자주 모습을 비치는, 한 마디로 비행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대단히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성향과 경험이 그가 그려내는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어, 동일하거나 유사한 관심군을 가진 독자들에게는 그의 작품이 주는 매력의 주안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로맹 위고는 한 컷 한 컷 대단히 세밀하게 노력을 들여 그려내고 있고, 한 장면 한 장면을 떼어내다가 브로마이드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퀄리티가 높은 그림들이다. 그래서 사실 이러한 포맷의 작품은 읽고, 보고 감상하는 동안 활자 매체 를 읽는 것 이상의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자칫  작가가 의도한 깨알같은 디테일을 놓칠 수도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디테일과 작가의 의욕이 들어간 작품이니 만큼 2차대전의 항공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심지어 매니아들에게까지도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며 선명한 색상과 대단히 디테일하게 그려진 그림들은 다양한 층의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국내에도 출간된 '수리부엉이'나 '에델바이스의 파일럿' 처럼 본 작 역시 얀과 위고 콤비의 협업이 아주 잘 어우러진 결과물이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번 엔젤윙스 역시 실망스럽지 않은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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