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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낯섦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사실, ‘내 마음의 낯섦’을
읽기 전에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오르한 파묵’을 알지 못했다. 2006년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
당시에는 어렸을뿐만아니라 노벨문학상 자체에 별로 관심도 없었다. 게다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은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던 터라,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은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 마음의 낯섦’을
읽음으로써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은 지루하다는 내 편견이 산산이 부서지게 되었다. ‘내 마음의 낯섦’은 작품성과 재미를 둘 다 잡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내 마음의 낯섦’은 다소
밝지만은 않은 1960년대부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60년대는
역사적으로 터키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를 겪던 시기였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해 오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메블루트도 자신의 아빠를 따라 중부 아나톨리아에서 도시 이스탄불로 이주해 온
소년이었다. 만약 이 책이 보통의 소설이었다면, 주인공 소년이
도시로 이주해 오는 장면으로 시작했겠지만, 이 소설은 첫사랑 소녀와 주인공 메블루트가 마을을 도망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의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이야기 중간 사건을
첫 장면에 삽입해서 그런지 뒷부분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다. 게다가 반전인 것이 같이 도망친 소녀가
첫사랑 소녀가 아니라는 것.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절로 ‘oh my
god’ 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그 이후의 메블루트의 반응, 대응, 행보 등이 궁금했으나, 그냥
운명이라 치부하며 순응하고 만다. 중간중간 메블루트나 그의 아내, 라이하
등 소설 속 인물들의 독백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그 인물의 당시의 감정과 상황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가난한 이민자 노동계층으로 대표되는 메블루트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하는데 그 당시 터키의 사회상을
현실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메블루트의 삶은 우리가 요즘 말하는 성공한 삶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외롭고 쓸쓸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블루트의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묵직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순식간에 몰입해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던 감동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