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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이야기
니시 카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생각정거장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니시 가나코의 '밥 이야기'는 제목만 들었을 때는 '어? 요리책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닌 일종의 요리 에세이 이다.
작가는 요리와 관련된 추억 이야기를 담백하게 서술해나간다. 이 책은 일식을 연상케 하는데, 작가의 글이 일식처럼 정갈하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일본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작가의 경험이 담긴 추억이야기 일지라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나라의 화려한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진 게 아니라, 니쿠자가버터, 달걀밥부터 시작해서 아이스크림, 커피, 심지어 홍차까지 소소한 요리에 대한 추억이야기이기 때문에 정감있고 공감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작가의 의식흐름에 따라 그대로 쓰여진 점이 매력적이다. 카이로의 달걀밥에 대해 추억 이야기를 하면서 카이로의 주식은 공갈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빵 이야기 하니 생각 났다며, 일본에 다녀온 아버지가 빵 굽는 기계를 사왔지만 재료가 안 좋아서 푸석푸석한 빵이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작가의 의식흐름에 따라 쓰여졌기 때문에 틀에 박힌 글의 갑갑함이 아니라 자유롭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다.
" 카이로의 주식은 에이슈라는 속이 텅 빈 공갈빵이었다. 식빵과 롤빵도 팔았지만, 푸석푸석해서 일본 빵처럼 새하얗고 폭신폭신, 이런 건 절대 없었다.
빵이라고 하니 이런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일본에 다녀오는 길에 빵 굽는 기계를 사 왔다. 카이로 밀가루로 만들었더니 푸석푸석한 식빵이 됐다. 역시 재료가 좋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실망했다."(p.13)
더구나, 이 책은 따뜻한 글만큼이나 따뜻한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어 그린듯한 미소가 입가에 절로 떠오르게 한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은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소소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동시에, '아, 나는 어릴때 간장밥을 좋아했었지' 하며 나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