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하는 한국사회 - '강원랜드에 비낀 도박공화국의 그늘'
김세건 지음 / 지식산업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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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팅하는 한국사회>강원랜드라는 공간의 역사와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2008년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자화상을 그린 책이다. 강원랜드는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도박은 카지노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실, 오늘날 한국인들은 매일 도박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것은 단지 비유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언제부터인가 부동산 투기,” “펀드,” “주식투자,” “대출,” “금융등과 같은 활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상태로 진입했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금융에 관한 온갖 담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금융은 바로 한국경제의 미래라고 칭송되고 미화되어 왔다. 우리금융의 모토는 금융은 최첨단 무기이자, 무한한 자원이다였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갈 데까지 갔다. 그에 따르면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왜 오늘날 사람들은 온통 돈을 예찬하는가? 투자가 어떻게 오늘날의 시대정신으로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노동을 통해서 번 돈의 가치가 투자에 의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안다. 인간의 노동이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지난 시절의 산업자본주의와 구별해서 금융 자본주의,” “투기 자본주의,” 혹은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카지노 자본주의의 끝은 어디일까? 최근 우리는 그 끝자락의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미국 월 스트리트 금융회사의 잇따른 파산은 바로 오늘날 맹위를 떨치고 있는 금융 자본주의의 모순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제까지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금융이라는 거품을 통해 화려한 꽃을 피웠다. 사람들과 기관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려 투기를 해왔다. 투기가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내고 빌린 돈도 다 갚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투기는 항상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투기한 돈이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자 빌린 돈을 값을 여력이 없게 되고 결국 파산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세계 금융 위기는 정말이지 도박을 꼭 닮았다. 우리는 항상 대박을 꿈꾸며 카지노에 들어선다. 하지만 도박은 대개 쪽박으로 끝난다. <베팅하는 한국사회>는 이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인류학자인 지은이는 현장조사와 다양한 관계자들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대박과 쪽박 사이를 넘나드는 이들의 삶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강원도 정선군의 운명은 한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60.70년대 정선군은 한국이 산업자본주의를 가동시키는 엔진이었다. 바로 굴뚝산업에 필요한 석탄을 생산하는 기지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80년대 후반에 들어 한국의 자본주의는 새로운 변신을 하게 된다. 한국의 경제는 더 이상 굴뚝산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와 고부가가치 기술 산업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정선군의 탄광공화국은 싸늘한 폐광촌으로 변해버리게 된다

산업자본주의는 그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면 항상 새로운 변신을 한다. 미국과 영국의 산업자본주의가 서비스와 금융자본주의로 변신한 것도 산업자본주의라는 틀로서는 그 성장의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정선군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정선군은 카지노라는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게 된다. 그러자 싸늘한 폐광촌은 다시 활기가 도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하지만 초기의 밝은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카지노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이다. 많은 주민들이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했으며, 카지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원래 지역주민이었던 광부나 소상인들이라기 보다는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며 정선에 오지만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에 걸리고 노숙자로 전락해가고 있다.

 <베팅하는 한국사회>는 강원랜드가 바꿔놓은 정선군의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 가운데 재미있는 모습 가운데 하나가 카지노 칩의 유통이다. 강원래드 카지노 칩은 마치 현금처럼 인근의 여관, 모텔, 식당, 사우나, PC방 등에서 마치 화폐처럼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카지노에 포섭된 것 같은 양상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지역사회에 한정되지 않는다. 저자는 강원랜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융성하고 있는 사행성이 강한 게임산업을 분석하고 있다. 몇 년 전 전국을 강타한 바다이야기사건은 그 가운데 한 사례에 불과하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경륜, 경마, 복권 등 사행산업이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이미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올인을 일상화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을 도박 공화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도박공화국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많은 중독자들의 문제는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시대 사회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강원랜드라는 사례를 중심으로 이러한 도박공화국의 실체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다만 이 책의 사례들을 카지노 자본주의로 연결시켜 다른 나라 사례도 넣어서 좀 더 분석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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