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릳츠에서 일합니다 - 커피와 빵을 만드는 기술자로 한국에서 살아남기 폴인이 만든 책
김병기.이세라 지음 / 폴인이만든책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고 저는 이런 과정이 결국 프린츠커피컴퍼니라는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철학과 방향성을 발견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가치로 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길을 찾는 것, 가까이에서 본 프린츠가 커피와 빵 다음으로 잘하는 일입니다. - P5

미각 훈련이 안 된 소비자들에게 커피 맛은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프린츠에게 중요한 건 남들이 알아주는 것보다 일하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일인 겁니다. 좋은 음식은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그 결과들이 촘촘히 쌓이고 높아져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일을하는 사람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 P6

프린츠의 공동 창업가 6명의 마음도 같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에서 커피와 빵을 만드는 기술자들이, 그들의 일로 안정적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창업가인 ‘우리‘가 아니라, 프린츠를 다니는 구성원 모두가 주어라는 점입니다.
주어가 달라지면 주체가 달라집니다. 우리가 왜 이 일을하며, 무엇으로 시장에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목표로 설정된 것입니다. 그래서 프린츠 사람들은 집요하게 ‘기술자‘ 라는 장인 정신을 내세웁니다. - P9

질 좋은 커피 한 잔을 위해 프릴츠가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좋은 식자재 확보‘ 입니다. 그래서 프린츠는 커피 농장과직거래를 합니다. 김병기 대표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어렵고 훌륭한 기술‘ 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좋은 식자재란 좋은철학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농장을 찾아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이름난 농장도 찾을 수 있죠. 그런데 이름난 농장은 아무나와 계약을 하지 않습니다. 이름난 농장의 농부는 자신이 애지중지 가꾼 커피에 대한 예술가적 자의식을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훌륭한커피를 만든다는 자의식입니다." - P35

"좋은 재료를 확보해서 손님에게 좋은 결과물을 주는 거죠. 만족한 손님이 카페를 자주 찾아주고, 그럼 저희는 그 비용으로 좋은 재료를 계속해서 구할 수 있고요. 이런 선순환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 P37

"제가 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특별한 콘셉트를 정하거나 남과 다른 차별점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라서요. 처음에는 공정이나 원료에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차별점은 금세 누군가 따라 하고 나중에는 다 비슷해지거든요. 저는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빵이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아요. 정성껏 만들지만, 그래서 누군가네 빵이 독특하냐고 묻는다면 그런 건 또 없거든요(웃음). 그냥 제가 아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예요."
빵 천재이면서도 빵의 콘셉트보다 그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태도‘ 입니다. 직업으로 이 일을 택했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이죠.
"그 태도가 우리가 하는 일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 P55

교육의 목적은 프릴츠를 시작한 이유와도 같습니다. ‘빵과 커피를 만드는 기술자들이 자신의 기술로 생계를 해결해나가는 회사를 만들자‘이죠. 김병기 대표는 이것이 창업버 6인이 동의한 가치라고 설명합니다.
"60대 또는 70대 바리스타가 활동하는 현장을 많이 보지 못했어요. 물론 서서 일하는 직업의 어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바리스타인데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순간그 직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 더 숙련된기술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게 중요한 가치가 된다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삶은 소중하니까요. 저만이 아니라 기술)자가 어느 연령에 도달해도 그 단계를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공동체예요." - P65

예스러운 킷사텐이든 현대적인 카페든, 온 신경을 집중해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를 본 적이 있다면 또는 조각을 빚듯 빵의 결 하나하나를 신경 써서 만드는 제빵사를 만난적이 있다면, 이 일에 예술가 기질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게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이 예술의 특징은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작업하는, 그런 종류의 예술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내야 하는 ‘직업‘ 이죠.

"훌륭한 기술이야말로 예술이고, 훌륭한 기술자 그 자체가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또한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진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 P76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떻게 일하는 것이 좋은지 이제야 고민에 빠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직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인생의 철학을 배우지 못한 채, 경제 논리와 경쟁 구도로만 해석되는 현실에 지치고 상처받은 것인지도 모르죠. 내가 존중받고 남을 존중하며 일하는 법을 너무 오래잊고 살다가, 함께 존중하며 일하는 법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일할 수도 있구나‘ 를 깨우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어렵다고 말입니다. - P87

"누군가는 할 수 있고 누구는 불가능한 작업이 아니에요.
경력과 실력이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경력이 증명하는 것은 성실함이나 연륜 같은 것이죠. 이 직업을 내가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지, 맛을 더 잘 보거나 기술이 훌륭하다는 증거는 아니거든요." - P91

함께 일하는 방법을 위해 프린츠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 원칙은 같은 기술자로서 상호존중하며 일하는 자세입니다. 예를 들면 사소한 것을 지적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습니다. "행주를 이렇게 접으세요"라고 말하는 대신행주를 접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겁니다. 혹은 설거지를 어떻게 하라고 말하는 대신 그릇을 깨끗이 닦아야 하는이유를 설명하죠. - P92

김병기 대표는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 라고말했습니다. 어떤 주제를 던져도 프린츠와의 대화의 끝은,
마치 도돌이표가 붙은 돌림노래처럼 언제나 일을 대하는 태도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로 끝납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죠. 나는 어땠는가? 내 일은잘되어가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가 문득 못내 마음에 걸렸던것은, 소비자가 생각보다 저렴하고 쉽게 누리는 ‘커피와 빵‘
또는 ‘카페‘ 라는 공간이었습니다. 비단 커피만의 이야기가아니라고 느꼈던 것이겠죠. 노동력이 점점 가치를 잃고 빛이 바래진 시대에 살고 있어서일까요? 노동의 가치, 노동으로 인해 얻는 대가의 적정 수준이 어디일지 답을 내릴 수 없는 고민의 늪에 빠지기 쉬운 시대입니다.
그 답은 지금 당장 알 수 없을 것이고, 누군가 뚝딱 만들어서 내어주는 것도 아니겠죠. 너무나도 식상한 말이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애쓰며 만들어가야 하는 미래일 겁니다.
그래서 프린츠가 말하는 일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에 공감이 갔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일의 방식을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용기가 대단하고 부러웠습니다. - P1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