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히틀러는 한 때 화가였으며 이후 정치인으로 변모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쟁광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그냥 이미지상 그는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을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이 책을 보고 나서 보기좋게 빗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집권은 정당하게 국민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었고 그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현실, 그의 조력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또한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속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한 나라를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정치는 나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으로 나의 실생활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정치를 무관심 속에 내버려둔다면 아니 될 것이다. 그의 집권까지 그려져서 아쉽지만 김태권 작가의 독자를 배려하는 친절한 해설이 히틀러의 정치인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십자군전쟁에서처럼 매우 만족할 만한 책이며 만화라는 매체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아테네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서양의 역사, 동 시대에 동양에서는 춘추전국시대와 진나라 그리고 한나라로 이어진다.역사의 흐름을 수평적으로 펼쳐놓고 서양과 동양의 역사를 이해하자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한다. 우리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와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나라 이야기를 선택했다. 저자의 전작을 통하여 그의 해박한 지식과 그 지식을 쉽게 풀어쓰는 그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몇 가지 잘못 알고 있었던 지식을 바로 잡았다.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제,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분서갱유 모든 서적을 불태웠는지 알았는데 정치사상 관련 서적을 불태우고 기술서 같은 실용서는 장려했다고 한다. 그리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했다고 알았지만 실제는 유학자 뿐만아니라 그 밖의 정치사상가들을 생매장했다고 한다.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 그리고 그의 라이벌 항우에 대한 이미지는 유방은 서민친화적인 덕으로 무장한 인물, 항우는 힘만 앞서운 권위적인 인물로 알고 있었다. 실상은 유방은 서민 출신으로 건달과 같은 이미지에 유유부단했다고 하며 항우는 귀족 출신으로 부하를 세심하게 이끌었다고 한다.한신에 대한 이야기,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건국하는데 크게 일조한 인물로 천하삼분지계를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한신이 없는 유방은 한나라를 건국했을까와 천하를 삼분지계를 하자는 괴통의 충고를 한신이 받아들였다면, 항우가 한신을 크게 등용하였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미생에서 나온 순간 순간의 선택을 모으면 인생이 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