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루키의 소설을 속도감있게 읽었다. 여러 단편집 중에서 세헤라자드와 기노가 기억에 남는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대체로 살면서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린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단편집 [기노]의 일부분을 발췌하였다. 기노는 그 방문이 자신이 무엇보다 원해왔던 것이며 동시에 무엇보다 두려워해왔던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 양의적이라는 건 결국 양극단 중간의 공동을 떠안는 일인 것이다. ˝상처받았지. 조금은?˝ 아내는 그에게 물었다. ˝나도 인기이니까 상처받을 일에는 상처받아.˝ 기노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반은 거짓말이다.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 고 기노는 인정했다. 진짜 아픔을 느껴야 할 때 나는 결정적인 감각을 억눌러버렸다. 통절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기를 회피하고 그 결과 이렇게 알맹이 없이 텅 빈 마음을 떠안게 되었다.
12월이 맘에 드네요. 브레송의 기차역 뒤에서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특히 붉은색 우산이 맘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