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주유소
최대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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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은 게으른 작가다. 

등단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책이 두 권 밖에 없으니 말이다.  

바다위의 주유소도, 10년 동안 쓴 것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그러나, 그가 꾸준히 쓰지는 않았어도 계속 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문학과 지성사의 소설집이 대부분 그러하듯, 약간은 어렵게 다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최대한의 상상력과 배반은 이 난해한 지적 게임의 세계로 독자를 매혹한다. 

세계 평화나, 국제 경제 보다는 내가 왜 샤워하다가 뒤돌아 보지 못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이 시대의 모든 개인은 결국 그런 고민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 쯤에서 작가는 무섭도록 유쾌한 상징을 하나 가져온다. 뒤를 돌아 봤더니 펭귄 한 마리가 있는 것이다. 그 펭귄은 나의 자아다. 결국 소설은 자아를 마주하면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무거운 이야기는 펭귄의 귀여운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희석되어 다가온다.  

세상은 무겁지 않다. 누군가 우리를  떠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떠나 온 것인지도 모른다. 바다 위의 주유소에서 출항한 배들을 기다린다는 소설 속 인물들 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외롭지 않은가. 

최대한은 그 외로움에 공감하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결책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들 간의 터울이 길다 보니,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구축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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