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슬퍼할 것 - 그만 잊으라는 말 대신 꼭 듣고 싶은 한마디
하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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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건강하시던 분이 한순간에, 아침에 응급실 실려가서 저녁에 돌아가셨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에 어머니도 넋을 잃고 동생들도 울고.

그때문이었는지 나는 이 와중에 정신 바짝차리고 슬퍼하지 말고 엄마와 동생들을 추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르는 중에 엄마를 챙기고, 오시는 분들을 챙기고.

울긴 했어도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정도였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삼우제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나는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다.

아침 저녁 출퇴근길 버스에서 몇 달을 운 것 같다.

정작 보내드릴 때 맘껏 슬퍼하지 못했더니 

그때 풀어놓지 못하고 쌓였던 감정은 몇 배가 되어 나를 잠식했었다.


행여나 집에서 대놓고 울면 엄마도 울고싶어지고 힘들어 할까봐


밤에 이불 뒤집어쓰고 소리죽여 울었다.

한밤중에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마루에서 생활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서

마루에 주저앉아서 울고 또 울고


아버지에게 못한거, 잘못한거, 미안한거, 죄송한 것들만 떠올라서

미안해요, 죄송해요 소리만 해가면서 펑펑 울었다.


..정말 너무 힘들고 너무 슬픈데 그게 평생을 갈 것 같아 두려웠다.

평생을 슬퍼하고 아플것 같았다.


근데 그렇게 

맘껏 슬퍼하고 맘껏 힘들어하고 맘껏 아파했더니

그렇게 내 안에서 쏟아냈더니 그게 아물기 시작하더라.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쓰려니 또 눈물이 나와 울고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때처럼 아프진 않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에 공감했고, 이해했고

지금 내가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작가님 또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에 응원을 보낸다.

사랑하는 이를 상실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같이 치유의 길을 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 인스타를 방문해보니 평생의 반려를 만나 결혼하셨던데

부디 행복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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