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낮은산 작은숲 7
공진하 지음, 오승민 그림 / 낮은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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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벽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사람들이 장애아들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벽, 아무말도 움직임도 없이 늘 제자리에 있는 물체로만 생각하여 그것을 제목으로 옮긴 것인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벽이'의 내용은 주인공 재현이가 자신의 생각을 들어줄 친구 벽이를 만들고 결국에는 벽이를 떠나보냈지만 마음 속에는 영원이 벽이를 간직하며 그 동안 힘들어했던 사람들과의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벽이의 주인공인 재현이는 어릴적 앓은 열병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인지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아이였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머릿속으로는 그릴 수 있지만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많은 좌절과 절망을 느끼는 부분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더불어 자신의 장애에 대한 타인들의 시선과 그 차가운 말들을 재현이가 모두 인식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벽이 더욱 두꺼워졌을 것이라고도 생각해본다.

  "재현이는 다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긴장한 탓에 여느 때보다 더 작은 소리가 나왔다. 방문을 두드리려고 해도 다리가 제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다. 온몸에 땀이 쫙 흘렀다." 책에서 재현이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누구나 화장실을 가는 것이 급했던 적이 있고, 누구나 긴장한 탓에 큰소리를 내려고 해도 나지 않을 때가 있고 또 누구나 어떤 이유로든 다리가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현이의 상황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합해진, 12살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들이었을 것이다.

  "난 다른 사람들한테 내 생각을 먼저 말해 본 적이 없어. 배가 고프거나 오줌이 마려울 때, 몸이 아플 때 뭘 해 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얘기할 자신이 없어." 이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아들은 항상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는 것이 익숙하고 누군가 아주 사소한 것 까지도 신경을 써 주기 때문에 때때로 거기에서 찾아오는 왠지 모를 자신의 무능력함을 끊임없이 느끼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쌍둥이 동생의 생일잔치, 방학숙제로 영화관을 가서 영화를 보고 오는 것, 심지어 자신이 가고 싶다고 이야기한 큰집을 가지 못한 것들... 이 모든 현상들이 장애아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 되어버린 듯하다. 수업시간에도 이런 것들을 배운 기억이 난다. 장애아들도 자신이 어떤 장애를 가져서 무엇을 하지 못하는 아이 보다는 어떤 한 공동체의 일원, 스포츠 스타의 팬 등으로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원하는 작은 소망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재현이를 바라보는 3가지의 주요시선이 있다. 먼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엄마는 늘 재현이를 유리그릇마냥 조심스럽게 대하고 '안전'이라는 명목하에 재현이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늘 예전의 모습을 생각하며 장애를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재현이의 동생 다현이는 오빠를 놀려대기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신과 별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재현이는 자신의 오빠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재현이가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게하고 그로 인해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이 모습을 보며 과연 내가 특수교사가 되어 저 선생님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본다. 혹 학부모님께 받을 질타가 두려워서, 아이가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면 절대 아이는 나아질 수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재현이의 곁에는 자신과 접촉한 후 몸을 털어대는 아주머니, 모든 것을 포개해버린 듯한 아빠,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지만 늘 속으로 재현이의 탓을 하는 듯한 외할머니와 같이 여러 시선들이 공존한다. 일반적으로 장애아들은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특수교사인 저자는 아마 다현이를 통해 그런 편견을 깰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록 몸이 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늘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양보해야하며,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재현이지만 이 책으로 인해 많은 재현이가 세상의 수 많은 다현이의 도움을 받아 방안에서 벽과 이야기하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먼저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즐거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을 읽고 장애아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절망감 그리고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또 그들의 가족과 함께 아이와 소통하는 법을 함께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래의 특수교사가 될 나의 마음에 훗날 큰 나무가 될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씨앗을 심은 것 같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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