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중독사회 - 불안하지 않기 위해 풍요에 중독된, 한국 사회에 필요한 사회심리학적 진단과 처방
김태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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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금의 한국사회를 풍요롭지만 불화한 사회로 정의하며,

이런 풍요불화사회를 사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세세하게 분석한다.

 

사회를 화목과 풍요라는 기준에 따라 네 가지로 분석한 것도 흥미롭지만

존중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인상깊게 다가왔다.

저자는 지금의 한국인들은 극심한 존중불안, 추방(당할까 하는)불안에 시달라고 있으며

이는 생존 불안보다도 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다층적 위계 사회이며,  

 

일정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꺾여 추락하는 절벽 사회에서 사람들의 목표는 중산층 수준의 삶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극심한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을 느끼는데, 이 두 가지 불안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학대 불안, 추방 불안, 자존감 불안 등이다.

모두 위계 추락이 ‘(자신의) 가치 추락을 의미하기에 생겨난 것들이다.

 

40층에 사는 사람들은 30층 사람들이 자기만큼 위계가 올라오는 걸 싫어하는데, 이는 밑의 사람들 위계가 올라온다는 것이 곧 자기 위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결국 한국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차별을 받아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다른 편으로는 차별을 필요로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지위에 따라 존중 여부가 달라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평가 불안으로 괴로워하고 자기 연출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하며, 라면만 먹고 전월세에 살면서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진 현상들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이러한 과도한 소유나 소비 욕구, 과시적 소비는 타인들의 평가를 몹시 두려워하게 만든 사회가 낳은 병적인 욕구’인 것이다. 

 

또한 저자는 존중받지 못할까 봐, 남에게 뒤처질까 봐, 또는 우월적 쾌감을 느끼고 싶어서 풍요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며, 요즘 초등학생들의 언어에서도 이렇게 물질로 위계화를 매기는 현상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게 보인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월급이 낮은 친구들을 ‘이백충(월 소득 200만 원)’이나 ‘삼백 충(월 소득 300만 원)’으로 부르고, 좋은 집에 살지 못하는 친구들을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전거지(전세 사는 거지)’, ‘휴거(임대아파트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 등으로 멸시하는 걸 예로 든다. 즉, 거주하는 집의 지역과 평수로 위계를 구분하고 차별하는 심리, 자조적으로 자기 혐오하는 심리가 한국 사회에 이미 뿌리 깊게 박힌 것이다.

 

이런 풍요-불화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병리적 증상과 심리를 겪게 되는지,

또 돈, 부동산, 지위와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얼마만큼 깊게 연관돼 있을지 알게 해주는 책이어서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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