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을유세계문학전집 64
샬럿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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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내 마음속에서 존 리드의 난폭한 압제, 그 누이들의 거만한 무관심, 그의 어머니의 증오, 하인들의 편애가 뿌연 우물 속의 검은 침전물처럼 나타났다. 왜 나는 늘 고통받고, 늘 겁먹고, 늘 비난받고, 늘 벌을 서야 할까? 왜 나는 결코 명랑한 아이가되지 못할까? 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고 노력하는데도 아무 소용 없을까? 일라이저는 이기적이며 고집불통인데도 사람들이 그녀를 존중한다. 조지애나는 성질이 못된 데다 아주 심통쟁이에 남을 헐뜯고 무례하게 구는데도 모두 그녀를 귀여워한다. 그녀를 보면 모두 발그레한 볼이나 금발의 곱슬머리와 예쁜 얼굴에호감을 보이면서 그녀의 잘못을 모두 용서해 준다. 존은 비둘기의목을 비틀고, 작은 공작새를 죽이고, 개를 양 떼 가운데 풀어 놓고, 온실에서 포도를 따고, 가장 귀한 식물의 꽃봉오리를 따도 누구 한 사람 그를 말리거나 벌주지 않는다. 그는 어머니를 ‘망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때로는 어머니 피부가 자기하고 비슷한데도 피부가 검다고 시비를 걸고, 어머니가 뭘 하라고 해도 퉁명스럽게 말을 안 들었다. 그리고 종종 어머니의 비단옷을 찢거나 흠을 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엄마의 귀염둥이‘였다. 나는 감히 잘못을 저지를 엄두도 못 냈다. 나는 의무라는 의무는 다 하려고 발버둥 쳐도, 모두 나를 아침부터 오후까지, 오후에서 밤까지 하루 종일 버릇없고, 지겹고, 뚱하고, 눈치 보는 아이라고 했다.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존이 때려서 넘어지는 바람에 생긴상처에서 피가 났다. 이렇게 멋대로 나를 때린 존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더 때리려고 해서 피하려고 맞섰는데모두들 나를 비난했다.
고통의 자극으로 일시적이나마 조숙해진 나의 이성은 "부당해!
부당해!" 라고 외쳤다. 그리고 결단력도 고양되어 이 참기 어려운압박을 모면하려면 도망치든지, 그럴 수 없으면 먹지도 마시지도말고 굶어 죽는 묘안을 써 보라고 나를 선동했다.
- P19

"다른 일들 때문이라니? 내게 말해 보겠니?"
이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대로 답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 아이들은 느낄 수는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분석할 수가 없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분석을해 내도, 그 과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의 슬픔을다른 사람에게 알려서 슬픔을 덜 수 있는 처음이자 유일한 기회를 잃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잠시 망설이다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가능한 한 진실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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