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복匍匐
권대웅
구름은 하늘에서 얼마나 포복을 하고 갔으면
발목이 뭉뚱그려졌을까
바람은 땅바닥에 얼마나 몸을 기고 다녔으면
온몸이 닳아 없어졌을까
그렇게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며
구름은 어느 성지로 가는 중인가
바람은 어느 사원을 돌아 나오는 중인가
허공에 지탱하고 서 있기 위해
땅속 깊이 포복을 하는 나무
자신을 벗어나기 위해
양팔 다리 무릎이 해지도록 흘러가는 강물
지렁이는 흙 속에서 얼마나 꿈틀거렸으면
껍질이 다 벗겨진 것일까
엉겅퀴는 얼마나 많은 가시밭길을 걸었기에
꽃 입술에 가시가 박혀있을까
간절하게 갈망하고 갈구하고 열망하는
저 생의 오체투지들
나는 얼마나 이 세상 바닥을 기고 기어야
비로소 투명해질 수 있을까
ㅡㅡ권대웅시집《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p.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