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까기

혼잣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혼자 있는 법이 없다

귤 깠다

생각하고 존재하고 그러느라
조금 바빴다
바쁘게 귤껍질 속에 감금된 귤 알맹이를 꺼낸다 쪼갠다

안심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
네가 웃기만 해서 말은 내가 한다
힘내야지, 힘낼게,
바쁘게 내 입으로 골을 넣어주는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가
놓아준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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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른 제품과 다르다‘는 신념과 책에 관한 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타의 모범이 됐다.
랑법 덕분에 독립 서점, ‘소규모‘ 출판사, 대중성 낮은 작품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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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옆집 사람들이 새를 기르는 것 같다 이사온 날 못 보았으니까 나는 영원히 옆집 사는 새를 보지 못할 것이다 지수야 엄마 왔어 지수 맞니 나는 옆집 새가 이 밤에 잠잠히 삐ㅡ이 소리내는 걸 전해듣는다 지수야 다녀올게 창문 좀 열어 중국집 배달 그릇이 문밖 가득 반짝이고 나는 본 적도 없는 옆집의 새에게 소중함을 느끼고 새에게 허락된 중력을 생각하고 횃대를 흔들어볼 생각, 새장에 넣은 손가락 끝이 살짝 부리에 긁혀 나른하다는 생각…. 끝에 문을 열고 들어서며 지수야 너 지수지 지수야 부르면서 그게 딸의 이름인지 아들의 이름인지 새의 이름인지 알 것 같으면서 모르면서 자꾸 지수야 하고 불릴 때 지수가 새장에 덮인 천 가운데서 새답게 얕게 자다가 문득 옆집에서 기르는 나를 나만큼 생각하면 좋겠다 지수와 나 사이에 날이 밝도록 만나 옆집의 지수와 옆집의 나. 그 작은 방에서 어떻게 지수들끼리 삐- 이 소리만 들리게 사랑하고 먹고 자는지 지수들을 놀라게 하지 않느라고 신발을 신고도 얼마나 기다리고 귀기울이고 망설이는지 나의 간절한 소원은 우연히 옆집 지수를 보는 것 그게 지수라는 것도 모르고 본 다음에 아주아주 나중에 지수였구나 지수 맞았구나 나는 지수구나 하는 것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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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이문을 남기는 사람이
살아남아 다른 날 또 글을 쓸 수 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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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대지 퇴적물 안에서 살기

오늘 굴삭기가 허물어지는 대지의 옆구리에서 드러냈다
백년 된 완벽한 호박 병 하나를
열 또는 우울증 치료제 이 기후의 겨울에
이 땅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물약

나는 오늘 마리 퀴리에 대해 읽고 있었다
그녀는 방사선 병으로 아프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정제한 성분으로 인해 수년 동안 망가진 몸
그녀는 끝까지 부인했던 듯하다
자기 눈의 백내장의 원인을
그녀가 더 이상 시험관이나 연필을 쥘 수 없을 때까지손가락 끝 피부가 갈라지고 고름이 나오는 원인을

그녀는 유명한 여성으로 죽었다 자신의 상처를
부인하면서
자신의 상처가 자신의 힘과 똑같은 근원으로부터 왔음을
부인하면서(1974)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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