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궁에 빠지며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던 20년 전 사건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점으로 1972년과 1992년, 두 가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독자에게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맞춰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공 등대지기 3명과 그 부인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채 마치 그들의 인터뷰를 듣는 것 같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등대지기'라는 직업적인 특성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환경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다'와 '외딴 섬'에서의 '사람' 이라는 소재가 주는 긴장감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어쩌면 오히려 제한된 환경으로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지면서 등대지기로서의 삶과 실종된 그들에게 벌어졌을 사건들을 파헤질 때 좁은 시야로 인한 깊이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외딴 등대에 있으면 누구에게든지 외로움이 찾아온다. 설령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이 등대에서 만큼은 고립된 자아를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등대' 라는 공간이 주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등대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유유하게 퍼져간다.

📓있잖아요, 빌. 난 거기 있으면서 내내 자유롭다고 느꼈어요. 자유롭지 않다고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게 겉보기와 다르다니까요, 안그래요?
내 말이 바로 그거예요. 선배가 타워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타워가 문제여서가 아니에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난 두뷰류의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깜깜한 집에 혼자 있을 때 끼익거리는 소리를 듣고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창문을 닫는 사람, 촛불을 밝히고 살펴보러 가는 사람.

세 명의 대원들 중에 막내 등대원이었던 '빌스'는 가장 어렸지만 교도소에 살다가 온 사람이었다. 그가 느끼는 등대생활은 다른 등대원들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빌스를 보며 이 책의 소소한 묘미를 발견했다고 말할 것이다. 이들의 솔직한 감정선을 통해 인간의 존재의 본성에 대해 탐구하는 듯한 문장들을 찾을 수 있었고, 제한된 배경인 ' 외딴 섬의 바다' 라는 소재를 통해 고립된 인간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유추하게 만들었다.

잦은 사건들이 속속들이 생겨나지만, 암묵적인 평화협정과 같이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은 수면 아래로 깊숙히 잠긴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자격지심, 본인의 욕심으로 인한 순간의 실수, 가정을 지키지 못한 바람 등 분명하게 외치며 지긋지긋하게 싸워야 할 수많은 갈등들이 그대로 잠겨버린다.

결국 등대원들의 관계의 문제는 그들의 잦은 부재가 아닌, 소통의 문제였던 것 같다. 항상 한명의 등대지기는 자리에 남아 지켜야하기에, 핑계가 불러오는 회피이자 이들의 진실은 어둠이었다. 등대가 한줄기의 빛을 뿜어내며 빛을 비춰주지만, 수많은 어둠을 모조리 삼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해결해야 할 갈등은 그들이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마무리하자면, 나에게는 '조개껍데기' 가 인물을 정확하게 대조시켜주는 오브제였다.

<< 주 등대원인 아서가 바라보는 조개껍데기는 그저 기분좋은 피조물이었으며 세공작업을 마치면 창문을 통해 바다로 떨어뜨리고는 바람이 그것들을 데려간다고 했다. 아서는 그 조개껍데기가 바다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 p111

두번째 등대원이었던 빌의 시선-

조개껍데기 조각 하나를 없애버리기로 결심할 때처럼 침착하고 차분하게. 그것이 그에게 없어도 괜찮은 하나라는 걸 알았을 때처럼. 그는 밧줄을 바다에 떨어뜨리고는 물에 빠진 동료를 지켜보며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p462 >>

"딱한 빌, 한심한 빌" 자신을 챙겨주지만 한심하게 보는 아서에게 빌은 자신의 마음을 진실로 내어줄 수 없었다.

그들이 등대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분명 함께 살아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기에, 인물들의 감정선에 유의해서 읽었던 나에게는 조개껍데기의 대조가 무척이나 와닿았다. 독자인 나는 세 인물과 그들의 가족들의 상황을 모두 알기 때문에 이 책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단순히 온전하게 누구의 편에서 (편 먹고) 읽었다면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각자에게 주어진, 각자에게 힘든 삶을 토로하기에는 등대와 뭍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그들을 억압하지 않았을까.


"아찔했다. 그 배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 라고 말했지만
"아니, 그 배는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 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잦은 사건들이 속속들이 생겨나지만, 암묵적인 평화협정과 같이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은 수면 아래로 깊숙히 잠긴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자격지심, 본인의 욕심으로 인한 순간의 실수, 가정을 지키지 못한 바람 등 분명하게 외치며 지긋지긋하게 싸워야 할 수많은 갈등들이 그대로 잠겨버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은 내용과는 별개로 싱싱하고 활기찼다.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양계진 씨의 모습과 황금잉어를 잡는 황금호랑이의 모습부터 0~99까지 굴러가고 있는 주사위와 같이 상상되는 것이 현실세계에서 실제로 감각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한 감각들이 내 마음에 정서를 일으킨게 아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너의 불안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 - 사랑과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당신에게
윤글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인간관계를 통해 한없이 사랑하기도 상처받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사랑‘이라는 포괄적인 주제 안에서 이성간의 사랑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지 않고 가까운 누군가를 떠올리며 읽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내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고 싶을 때 이 책을 선물해주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너의 불안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 - 사랑과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당신에게
윤글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인간관계를 통해 한없이 사랑하기도 상처받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사랑‘이라는 포괄적인 주제 안에서 이성간의 사랑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지 않고 가까운 누군가를 떠올리며 읽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내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고 싶을 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