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아누운 한국사 - 요통부터 번아웃까지 병치레로 읽는
송은호 지음 / 다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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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느 흔하게 보이는 역사/인문 도서처럼,

역사 속 인물들이 질병을 다룬 도서이자, 과거에 어떤 의술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앓아누운 한국사>를 꼭 읽어야만 하는 특이점이자 주목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처방전> 💊!!!

요즘은 의료용 처방전이 아니더라도, 각양각색의 처방전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흔히 에세이 분야의 도서에서 특히 많이 보인다. (ex 마음처방전, 어른아이 처방전, 글쓰기 처방전 등.. )

여러 책의 제목으로 많이 사용되는 만큼 처방전은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앓아누운 한국사 속 처방은 진짜 찐 처방이다 !!!

정조에게 졸피뎀을 처방하고, 연암 박지원에게는 세로토닌 억제제를 처방한다.

그래서일까? 현재 약사이자 저자인 송은호 작가가 역사 속 인물들에게 내리는 처방전이 난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다.

약사로서 그들에게 현재 존재하는 의약품을 처방하는데, 의학상식이 없는 나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처방의약품을 비롯한 증상, 진단명, 특이사항까지 함께 기입되어있어 이해하기 수월했다.

특히 특이사항같은 경우, (ex 이질걸린 이순신에게 '아파도 포기를 모르는 남자', '매일 기록하는 철저한 파워J' ) 요즘 우리가 쓰는 용어나 mbti같은 트렌드가 반영된 특이사항이라 더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또 처방전 덕분일까? 이 책은 읽는내내 인물에게 자꾸만 '만약에'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약이 있었다면? 이렇게 치료했더라면? 그 인물이 안죽고 도살 수 있었을텐데.. - 그렇다면 역사가 바뀌었을수도???

라고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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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오늘도 육아!
이일노(드로잉오뉴)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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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럼에도, 오늘도 육아!> 라는 작품을 만났다. 나에게는 '육아'가 너무 멀고도 낯선 단어라서 사실 책을 접할 때에도 색안경을 끼고는 겁을 잔뜩 먹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품을 읽을 때에는 공감대 형성이 참 중요한데, 과연 예비 부부도, 예비 엄마도 아닌 내가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기와 함께하는 엄마 아빠의 매 순간들을 재미있게 만화/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육아에 대해 무지한 내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으며,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접하면서 부모님의 추억 어린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육아를 시작하고, 육아는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 아이를 기르며 인내심을 기르고 또 육아로 인해 달라지는 모든 상황을 받아드리고 이해한다. 그리고는 이 모든 것이 "사랑"임을 설명하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육아를 시작하려는 예비부부 또는 이미 육아를 하면서 공감하며 그 시간들을 지혜롭게 보내고 싶은 부부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책이라는게, 꼭 이론이나 정보 전달만을 다루는게 아닌 , 친구나 언니 같을 때가 종종 있다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이 작품이라면 , 그들의 육아친구 혹은 육아선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과 함께라면 첫 육아를 하는 초보 엄마아빠들도 든든할 것만 같다.



간결한 문체와 그림들로 , 짧았지만 유쾌하게 읽고 난 뒤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새삼 엄마의 무한한 사랑과 희생을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엄마 인생에서의 젊음이라는 시간들을 내어 준 만큼, 이제는 내가 그 시간들 보다 더 가득 좋은 것들을 채워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 또, 물어보니 엄마는 육아하면서도 때로는 본인을 들여다봐주고, 꾸며주기도 했다고. 그래서 더 엄마에게 고맙다 어린시절의 엄마를 놓지 않아주어서!
오랜만에 가족의 소중함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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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마리 오베르 지음, 권상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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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혼자 살아가고 있는 독신 여성인 언니와 아이가 있는 남자와 결혼하여 현재 새로이 임신한 동생, 즉 한 자매의 이야기로 부터 시작된다.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우월감과 그 속에서 느끼는 열등감은 이들의 갈등에 작은 불씨에 불과했다. 결혼과 임신으로 인해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동생에게 본인의 외로움을 투영하고, 동생의 남편을 흔들었으며 모든 사실이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본인의 감정에 솔직함을 우선으로 두었기에 이기적으로 행동했다. 물론 작가가 그리는 자매의 관계가 그리 섬세하게 예쁜 그림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영리한 꾀를 부리며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한 동생이 달갑기는 쉽지 않지.
그럼에도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엄마 역할까지 감당해야하는 동생과 아이를 멀어지게 하기 위해 온갖 잔망을 떠는 이모가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나는 다리를 긁으며 말했다. 모기에 물린 자국이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나는 있는 힘껏 다리를 긁었다.”

이 한 문장이 책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했다. 모기 물린 자국을 힘껏 긁는 액션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 혹은 옳은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모른 척 아닌 척 해야할 때 나오는 액션이었다.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아닌.

작가는 그들의 심리가 우리가 숨겨놓고 있는 심리라고 표면에 표출했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결코 그 확신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어짜내며 느끼고자 하는 바를 써내려가자면,
순간순간 감정에 동요되는 모습을 아이같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지만, 겉모습 뿐만이 아닌 내면까지 단단하고 성숙한 마음이 탑재된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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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
최세화.최세연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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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 루트를 밟아야만, 삶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뇌리에 박혀버린 모진 관념은 아마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연약하지만 깊게 들어선 사회의 틀~이겠지. 이 책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고, 졸업해서 취직에 성공한, 나도 모르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 루트를 밟고 있는 언니와 강연자이자 유튜브 '건우파파네'를 운영하고 있는 PD이자 프리랜서 동생이 써내려간 <교환일기> 형식의 에세이이다.

뻔한 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낀 소감은 회사원과 프리랜서 그 두 자리의 장,단점을 극대화 시켜서 보여줄 수 있는 어쩌면 요즘 MZ세대에 적합한,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지극히 현실적인 에세이였다고 생각한다. 번외로는 이 에세이를 남들에게는 에세이가 아닌 <교환일기> 라고 소개하고 싶다. 자매가 없는 나에게는 조금은 생소했지만, 읽으면서도 부러운 순간들이 참 많았다. 말하자면 성격과 가치관, 직업까지 그 어떤 것도 비슷한게 없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쩌면 인생에 있을 가장 친한 친구로서 자리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부러웠다. 읽으면서 의문이 생기는 문장도 있었으나 나에게 이 책은 일기장 그 자체로 다가왔기 때문에 어떠한 문장에도 물음표를 던지고 싶지 않았다.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서로를 위해 지지해줄 수 있는 이들의 일기장을 보는 건 단순하게 일기장을 훔쳐읽는 행위가 아니었다.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꽤 오랜 기간동안 빌려줄 수 있다고 말하는 교환일기장이 맞았다. 나로서는 <교환일기>의 의미가 범용적이었으면 했다. 세연작가님, 세화작가님 자매의 교환일기가 맞지만 사실상 그들의 교환일기를 빌려 읽는 나도 교환일기의 한 멤버였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더욱이 그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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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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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지며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던 20년 전 사건을 바라보는 현재의 시점으로 1972년과 1992년, 두 가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독자에게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맞춰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공 등대지기 3명과 그 부인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채 마치 그들의 인터뷰를 듣는 것 같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등대지기'라는 직업적인 특성이 가지고 있는 제한된 환경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다'와 '외딴 섬'에서의 '사람' 이라는 소재가 주는 긴장감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어쩌면 오히려 제한된 환경으로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지면서 등대지기로서의 삶과 실종된 그들에게 벌어졌을 사건들을 파헤질 때 좁은 시야로 인한 깊이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외딴 등대에 있으면 누구에게든지 외로움이 찾아온다. 설령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이 등대에서 만큼은 고립된 자아를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등대' 라는 공간이 주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등대원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유유하게 퍼져간다.

📓있잖아요, 빌. 난 거기 있으면서 내내 자유롭다고 느꼈어요. 자유롭지 않다고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게 겉보기와 다르다니까요, 안그래요?
내 말이 바로 그거예요. 선배가 타워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타워가 문제여서가 아니에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난 두뷰류의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깜깜한 집에 혼자 있을 때 끼익거리는 소리를 듣고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창문을 닫는 사람, 촛불을 밝히고 살펴보러 가는 사람.

세 명의 대원들 중에 막내 등대원이었던 '빌스'는 가장 어렸지만 교도소에 살다가 온 사람이었다. 그가 느끼는 등대생활은 다른 등대원들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빌스를 보며 이 책의 소소한 묘미를 발견했다고 말할 것이다. 이들의 솔직한 감정선을 통해 인간의 존재의 본성에 대해 탐구하는 듯한 문장들을 찾을 수 있었고, 제한된 배경인 ' 외딴 섬의 바다' 라는 소재를 통해 고립된 인간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유추하게 만들었다.

잦은 사건들이 속속들이 생겨나지만, 암묵적인 평화협정과 같이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은 수면 아래로 깊숙히 잠긴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자격지심, 본인의 욕심으로 인한 순간의 실수, 가정을 지키지 못한 바람 등 분명하게 외치며 지긋지긋하게 싸워야 할 수많은 갈등들이 그대로 잠겨버린다.

결국 등대원들의 관계의 문제는 그들의 잦은 부재가 아닌, 소통의 문제였던 것 같다. 항상 한명의 등대지기는 자리에 남아 지켜야하기에, 핑계가 불러오는 회피이자 이들의 진실은 어둠이었다. 등대가 한줄기의 빛을 뿜어내며 빛을 비춰주지만, 수많은 어둠을 모조리 삼키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해결해야 할 갈등은 그들이 비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마무리하자면, 나에게는 '조개껍데기' 가 인물을 정확하게 대조시켜주는 오브제였다.

<< 주 등대원인 아서가 바라보는 조개껍데기는 그저 기분좋은 피조물이었으며 세공작업을 마치면 창문을 통해 바다로 떨어뜨리고는 바람이 그것들을 데려간다고 했다. 아서는 그 조개껍데기가 바다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 p111

두번째 등대원이었던 빌의 시선-

조개껍데기 조각 하나를 없애버리기로 결심할 때처럼 침착하고 차분하게. 그것이 그에게 없어도 괜찮은 하나라는 걸 알았을 때처럼. 그는 밧줄을 바다에 떨어뜨리고는 물에 빠진 동료를 지켜보며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p462 >>

"딱한 빌, 한심한 빌" 자신을 챙겨주지만 한심하게 보는 아서에게 빌은 자신의 마음을 진실로 내어줄 수 없었다.

그들이 등대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의 본성은 분명 함께 살아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기에, 인물들의 감정선에 유의해서 읽었던 나에게는 조개껍데기의 대조가 무척이나 와닿았다. 독자인 나는 세 인물과 그들의 가족들의 상황을 모두 알기 때문에 이 책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단순히 온전하게 누구의 편에서 (편 먹고) 읽었다면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각자에게 주어진, 각자에게 힘든 삶을 토로하기에는 등대와 뭍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그들을 억압하지 않았을까.


"아찔했다. 그 배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 라고 말했지만
"아니, 그 배는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 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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