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와 그림자 알맹이 그림책 55
이은영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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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와그림자 를 읽고

비대면 시대에 필수처럼 되어버린 sns에서는 맛있는 음식, 멋진 여행지, 아늑한 집, 웃는 얼굴, 풍성한 식탁, 꽉 채워진 옷장 등 밝은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이미지로만 메시지를 쉽게 읽어내고 쉽게 짐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고,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는 거라고, 보여지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그럴 거라고 자신도 모르게 믿어 버린다. sns에는 그림자가 없다.

그림책 <미루와 그림자>에서 그림자를 잃은 사람들을 보며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로 삶을 채우는 듯 드러내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미루와 함께 떠난 그림자 사과를 지팡이로 푹푹 찌르고, 잡아 당기고 비웃는 장면에서 한참 동안 머물렀다. 의심의 눈초리와 거만한 입꼬리, 불만 가득한 미간의 주름살로 얼굴을 채운 사람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누군가의 이미지를 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온전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처럼 살기 위해 자신의 그림자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게 삶의 절반은 부정하고 나머지 절반만 보고 살아간다면 ‘잘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주인을 잃은 그림자의 방황과 시련을 통해 나의 요즘을 되짚어 본다.

거리두기 4단계로 가까운 지인들 조차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때 일수록 그림자를 잃은 주인공 미루와 주인을 읽은 그림자가 서로에게 상호 보완적 존재가 되었듯이 파편화 된 오늘 속에만 머물지 말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며 그들의 그림자에게 사과를 건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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